지난 주말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올라갔다가

아내와 아이들을 모두 캐나다로 보내고는,

혼자 남아 열심히 돈 벌어 송금하고 있는 친구를 모처럼 만났습니다.

 

그 친구가 강남터미널 메리어트 호텔에서 결혼식 참석 일정이 있다고 하여,

대전행 버스표를 끊어 놓고 잠깐 짬을 내어 얼굴이라도 보려고 했었는데,

 

요즘 외로움에 지쳐 자살 충동까지 든다는 가슴 아픈 말과 함께

하룻밤 자기와 함께 자고 내일가라고 간곡하게 잡는 바람에

마음 약한 저는 뿌리치지 못하고 평촌의 그 친구 오피스텔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냈지요.

 

캔맥주 한잔 하면서

대학 때 있었던 고리짝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서로 옛날을 생각하곤 유쾌하게

웃다가 답답해서,

 

DVD방에 가서 영화나 한편 같이 보려고 했더니만,

 

DVD방 종업원들이 마치 동성연애자나 보는 듯한 야릇한 표정을

짓기에 얼굴이 화끈거려 그냥 나와서.

 

결국은 6인조 밴드가 있는 작은 선술집에 가서 양주 한병을 비우고 왔습니다만,

 

그곳도 주변 동네 부부인지 연인인지 다 쌍쌍이 즐기고 있어

중년의 사내 두 명이 앉아 있기는 참 뻘쭘하더군요.

 

결국 어딜 가도 저 같이 나이 든 사람들이 밤에 갈 만한 마땅한 장소는 없었습니다.

물론 룸살롱같이 돈이 많이 들고 퇴폐적인 장소는 얼마든지 있겠지요.

 

그러나 이젠 그 친구나 나나 비싼 돈 들여 룸살롱가서 호기 부리기엔

기력도 없고,

그 돈이면 애들 과외비가 몇 달치가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거지요.

 

젊었을 때에는 그렇게 낙천적이고 놀기 좋아 하던 친구가

세상과 부딪치면서 몸과 마음이 늙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바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그 친구도 빨리 아이들 교육을 끝내고,,하루 바삐 와이프를 귀국시켜

외짝 기러기의 외로움에서 벗어나길 빌어 보았습니다.

 

하긴 외로움이야 군중에 둘러 싸여 있어도 느낄수가 있긴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