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어디에 세워져있어도 보기가 좋습니다.

언덕위에 작은 경당과 함께 세워져 있어도

성당안에 있어도

예배당 꼭대기에 세워져 있어도 좋아보입니다.

 

저녁 퇴근길에 집을 향해 걸어올때면 이곳 저곳에서 네온사인 불빛이 들어옵니다.

점차 화려한 거리가 되어갑니다. 

이곳저곳에 있는 예배당 꼭대기의 십자가에는 붉은 네온사인의 불이 이미 켜져 붉은 십자가가 된지 오랩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주위의 여러 네온사인에 가려 십자가의 네온사인은 파묻힐 것입니다.

 

...

 

서재를 들어서는 순간 베란다 창을 넘어 멀리 북한산쪽 하늘을 뒤엎은 황홀한 저녁노을을 발견하였습니다.

너무도 아름답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아파트 상가위 예배당 꼭대기의 십가가 붉은 네온사인 불도 노을 앞에서 빛나고 있음을 보았을 때

붉은 십자가의 모습은 삭막함을 넘어 대자연의 정취를 망치는 오점으로만 보였습니다.

 

수많은 네온사인의 간판속에 묻려있을 때의 십자가는 그냥 다른 광고물의 하나였기에 다른 광고물에 비하여 초라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였으나

북한산과 아파트 저 멀리 서울의 한 모퉁이이와 하늘 전체를 붉은 노을로 뒤엎은 정경을 두고 바로 눈 앞 예배당 꼭대기에서 붉은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십자가는 정말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초라한 모습이라기 보다는 대자연의 감동을 무너트리는 파열음이기도 하였습니다.

 

주님은

당신이 창조하신 창조물들을 통해서도 얼마던지 우리의 마음을 찬란하게 해 주시고 있음은 주님을 광고하고자 만든 인간의 광고물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를 말씀해 주시는 듯 합니다.

신앙의 상징물이 단지 하나의 광고물로만 전락되고

그 광고물들은 다른 광고물에 파묻혀 그냥 광고물 전체가 빛나고 있음을 보여질 때

주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을 보신다는 말씀이 실감을 합니다.

 

황홀한 노을의 정경에 잠깁닙니다.

애써 십자가전광판의 천박한 붉은 빛에 눈 감아 버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