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다녀오다가 청사 분수앞 야외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있었습니다.

 

"재 참웃기네"

라는 아주머니의 소리가 들립니다.

웃긴다는 방향을 바라다보니

야외휴게소 뒷편 백엽상을 감싸고 있는 정원의 백엽상쪽 작은 사사나무숲 덤불위로 백구 한마리가 머리만 내밀고 이사람 저사람을 마라다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웃기기보다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서 그리로 가보았는데요

백구 한마리가 백엽상쪽으로 몸을 숨기고 웅크린자세로 머리만 사사나무위로 내 밀어 무엇인가 찾는듯한 표정이었습니다.

 

휴게실 벤취로와 커피를 마저 다 마신 후 다시 가보았더니만 백구가 보이지않는 거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몸을 백엽상과 사사나무 속에 숨긴채 떨고 있는 거였습니다.

 

지난달 퇴근길 왕십리 로터리 지하철 출입구 주변에서 맴돌던 그 백구같았습니다.

당시에는 주변에 아파트뿐 아니라 단독주택도 있어 그쪽에 사는 놈인가 하며 그냥 지나쳤는데요.

 

그놈에게 손을 내밀고 나오라해도 들은척도 하지 않드라구요.

갑자기 허기지고 탈진하여 그러는가하여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이놈에게 먹일만한 것을 파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장안으로 들아가 일회용 그릇과 생수한병 그리고 건빵을 사가지고 왔는데 백구는 그안에서 여전히 그렇게 몸을 숨긴채 떨면서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건빵을 띁어 백구 입주변에 부어주자 백구는 하나씩 집어먹습니다.

그 사이에 일회용 그릇에 생수를 부어 백엽상쪽으로 백구가 먹기 쉽도록 놓아두었습니다.

 

그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사무실로 들어와 저 놈을 구조해 줘야싶어 몇군데 동물단체에 전화를 해보았습니다만 하나같이 난색을 짓더라구요.

구조한 후 살펴줄 공간이 없다라는 이유로.

"그렇다면 몬 구조활동한다며 그러는지" 하는 생각까지 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화한데가 동물사랑실천협회였습니다.

 

여기는 동물사랑실천이란 명칭이 붙을만 하여보였습니다.

구조견들이 있어 대원들이 속초에 갔기에  당장은 안되지만 내일이라도 확인하여 전화줄테니 그동안 먹이와 물을 좀 주라는 부탁까지 하였습니다.

퇴근길에 건빵과 생수를 하나씩 더 사가지고 가 보았더니 오후에 준 건빵과 물을 모두 먹고 마셔 없었습니다.

백구는 그대로 있었습니다만

그래서 다시 물과 건빵을 부어주었습니다.

오후에 먹은 건빵과 물이 건강을 회복을 시켜주었는지 이 놈은 그 자리에서 나와 청사 주변 사사나무 숲안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알아듣도록 "나중에 물과 밥 더 먹어라" 하고 백구가 노는 것을 잠시 본 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튿날 그러니까 어제 출근하면서 그 자리를 흘낏 보니 건빵과 물을 다 먹었더라구요. 그러나 백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전에 시간을 좀 내어 집에서 준비해온 사료와 물을 가지고 백구가 웅크리며 숨어있었던 곳에다 부어주고 나오니 커다란 황구 한마리가 나타나 냄새를 이리저리 냄새를 맡다가  어디론가 가 버렸습니다.

그 놈도 버려진 놈 같았기에 사사나무 모퉁이에 사료를 놔두었는데 퇴근때까지 백구도 황구도 전에 놓아둔 물과 사료는 전혀 먹지않았습니다,. 그대로 남아있었으니까요. 

 

백구나 황구의 떠돌이 삶은 더욱 힘들어 보입니다.

다른 애완견보다 몸집이 크고 또한 개장수들이 즐겨 노리는 종들이게 마음은 더욱 무겁습니다.

 

키우던 개 등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한번 보고싶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자들이기에 이런 짓을 꺼리낌없이 하는지 정말 그자들의 얼굴을 보고싶습니다.

그런 자들에게는 사랑이니 자비니 하는 것을 읊조리고 싶은 마음조차 없습니다.

생각같아서는 그 자들도

머물를곳없이 먹을 것없이 더욱이 의지가지없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며 방랑하는 삶이 잠시라도 주어졌으면  하는 생각조차 듭니다.

 

백구가 주어진 물과 사료를 먹던 안먹던 얼마동안 그자리에 계속하여 물과 사료를 놓아두겠습니다.

주님께서 인간의 마음을 열어주시어 버림받아 머물를 곳 없어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방황이는 모든 생명체들을 돌보아 주시기 기도합니다.

 

그럼에도 가슴은 답답합니다.

신경을 써 주신 "동물사랑실천협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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