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가 좀 늦어 밤11시30분경에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빌딩 나서면 바로 광장이 펼쳐집니다만
광장을 지나 노변 주차장으로 가려다가 광장 한가운데 웨 검은 물체가 있어보여 자세히보니 비둘기 였습니다.

평상시 새들은 땅거미가 지면 모두 자기들의 보금자리로 들어갑니다. 거의 예외없는 일입니다. 철새 이동철이 아닌데도 새떼들이 오밤중에 떼거리로 날아간다느니 하는 주장은 이래서 일단 신빙성이 없는 겁니다만 저 비둘기는 왜 광장 한가운데에 앉아있을까? 다가보니 비둘기는 저를 피하기위하여 총총걸음으로 움직입니다. 날개를 푸득이지만 날지를 못하는 것을 보아 누구에게서 발길질을 당한 모양입니다. 날지를 못하니 그냥 광장 한가운데 앉아있을 수 밖에요.

날이새도록 그 사이 고양이도 지날테고 견공들도 지날테고..... 사람들도 지날것인데요. 저 비둘기는 얼마나 공포로 밤을 새워야 할런지...   사람이건 동물이건 더 나갈수없는 막다른 길에 봉착할때의 심정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저도 한때 더 나갈 수 없는 길에 부닥친 적이 있어 더욱 실감합니다.

비들기를 구해주기 위하여(날이 새면 동물병원에 데려가기 위하여) 붙잡아 보고자 하지만 붙잡질 못하였습니다. 매미채같은 것으로 잡아야하는데요. 제 손에는 매베체대신 가방만 있으니.....  한참을 실랑이 벌이다 이러다 저놈이 이리저리 도망치다 오히려 피로감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놔두기로 하였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비둘기가 어디 있는지 광장을 둘러보았지만 보아질 않습니다.
다행히 휴식을 취하여 날개가 회복되어 자기 보금자리로 되돌아 갔을 거라는 다분히 자조적인 생각을 해봅니다만 씁쓸합니다.

강도만난 사람을 보살펴주고 숙소까지 알아봐주는 착한 사마리안이 떠오릅니다.
저는 모든 피조물에게 착한 사마리안이 되어보고자 합니다만 그저 생각일뿐...남는 것은 빈손 뿐입니다.

비둘기에게 미안합니다.
자신을 추스리지못한 저에게도 미안합니다. 보다 강한 자가 되어야 한다 생각하면서도 "거기까지만"인 것은 언제나 슬픈입니다마.  

슬픈인간들은 위하여 한잔하여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