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만원 하는 탕들도 있으니

15만원을 비싸다 하기가 좀 그렇습니다만.

그러나, 그것이 귀한 고기가 아니라 피라미 잡탕이라면....?

 

몇년 전 이맘 때 일입니다.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하면, 순탄하지 않고 꼭 일이 생긴다던가....
우리가 젊지는 않지만,

늙은 강태공도 낚시만 했던 건 아니다 하면서,

냇가에서 투망으로 고기를 잡겠다고 설친 자체가 문제이긴 합니다.

 

장마에 인근의 냇가 물이 불었다며

오랜만에 친구들 6명이, 매운탕을 끓이기로 약속이 되었습니다.

모처럼 만나 낚시를 즐기면서, 야외에서 한잔 하자는 것이지요.

직접 잡은 잡고기에, 이것저것 넣어 팔팔 끓이면 별미라 하면서요. 

 

그런데

낚시 재간이 시원찮은지, 물살이 세서인지 통 낚이지 않는 겁니다.

곧 점심 때인데, 겨우 잔챙이 몇마리가 말이 되냐구요.

점심 저녁은 물론 술안주까지, 그래서 큰 솥을 준비했었거든요.

젠장...술은 또 얼마나 많이 가져 갔는지요.

 

그러니 비상 수단을 쓸 수 밖에요.. 

집 가까운 친구가 투망을 가지고 온 겁니다.

그랬더니 없던 고기들이, 어디서 그렇게 많이 몰려 든 것일까...?

세번인가 네번 던진 투망에 50여마리나 잡혔습니다.

시간은 불과 10여분?

암튼, 그 정도면 매운탕 끓이기에 충분합니다.

 

난 불야불야 늦었다며, 고기를 꺼내어 씻고 있는데.

갑자기 백차가 삐까삐까 들이 닥치지 뭡니까?

거참, 분명히 멀리까지 살피며 조심을 했었는데도 현행범으로.....

낚시로 잡았다는 변명은, 투망에 고기가 남아 있어 통하지 않을 듯.

게다가, 자식 같은 전경들이라 체면 문제도 있으니.....

 

어쩼던, 하필 투망을 왜 내가 들고 있었는지?

낚시도 투망질도 못하면서?

아무 수고없이 건식하기 미안하여, 고기라도 씻으려 했던 겁니다.

투망은 보긴 했지만, 만져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지요.

그 상황에서  

투망을 던진 범인?이 누구냐 묻는데 어쩌냐구요.

 

별 수 없이 파출소로 연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소장과 친한 친구 덕분에, 원만히 수습을 하긴 했는데.

하지만 주민 신고 건이어서, 완전 무마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벌금이 마리당 만원씩, 아마도 최하 50만원은 나올 것이라고.....

그러나

기본 15마리 이하로 처리하겠다며, 몹씨 미안해 하더군요.

 

그런데

그 날의 매운탕이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요?

값이 비싸게 먹혀 그랬을까요?

인당 25,000원의 매운탕.....

한 솥에 15만원짜리는, 일반 식당엔 없습니다.

음식 솜씨 좋은 친구가 끓였다 해도, 맛이 정말 기 막혔습니다.

 

들꽃님의 투망 사진을 보니

지난 날 그 사건과, 맛있는 매운탕이 생각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