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면 옛사람이 어김없이 떠 오릅니다.
어쩔수없이 그 사람 생각하며 길을 걸으면 가슴이 찡해지곤 합니다.
이젠 잊혀질 때도 되었지만 잊혀졌다 생각들면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첫사랑이었던 그 사람은 제 세상살이 여러면에 영향을 끼쳤습니다만 저는 아닌척 하며 살아왔습니다.
결혼을 한다하여 망설이다가 결혼식에 참여하였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그 결혼식에 가면 마음만 상할텐데 왜 꼭 가려느냐 하셨는데...마지막 볼 얼굴이라 생각하며 결혼식이 올려지는 성당에 갔습니다.
성당마당에서 그 사람보다 저를 더 반겨준 사람은 그녀 어머니였습니다.
"정말 오랜만이로구나...예식 후 꼭 밥 먹고 가라... 그리고 갈때 내 얼굴 한번 더 보고 가라..."

그녀 어머니는 저와 종씨라 하여~~@@ 그 사람을 처음 만난 후 주로 그 사람 집에서 같이 공부도 하며 어울렸는데 그때마다 제게 무척 잘 해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구교우 집안에서 자라서 저녁식사 전에는 모두 둘러앉아 묵주기도를 하셨는데 그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잘 놀다가 꼭 저녁 밥 먹고 가야한다며 정성스레 저녁 밥을 지어주시는 모습도 기억 납니다.

헤어진 후 한번도 뵙지 못하고 결혼식 그날 뵈었는데 머리는 백발이 되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금은 아마 돌아가셨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어머니는 저를 한번 더 보고싶어 하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혼식만 보고(결혼식전 그 사람과 저는 잠시 몇마디 주고 받았습니다) 결혼식 후 식사도 않고 어머니도 뵙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왜 제 자신에 대하여 연민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간간히 그 사람과 첫사랑에 빠졌던 행복한 순간과 이별할 때의 슬펐던 모습이 머리를 스치고 갑니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바로 어제같았은 생각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지나갔는데.

추억이라 하기엔 너무 낡은 그림들인데 아직도 그 그림이 남아있음은
가을이 새삼 위대해 보입니다. 가을은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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