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두 번을 본 영화는 이제까지 몇일 전에 개봉한 "님은 먼 곳에"가

유일하군요.

 

왜 두 번을 보게 되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친숙한 아이콘들을 그 영화는 내포하기도 했었겠지만,

 

무었보다도 주연 배우인 수애가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윤희를 꼭 닮았으면서도 훨씬 시원해 보이고,

훌쩍한 목과 늘씬한 다리를 가진 눈매가 고운 그녀를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송윤아의 팬이었는데, 요즘 보니 그녀는 약간 노티가 나기 시작하여 좀 식상해 있던 마당에,

 

"님은 먼 곳에"에서 처음 본 수애는, 억지로 만들어 놓은

인형같지 않고, 약간 어리 버리해 보이면서도,

 

어찌 보면 투박해이고, 어찌 보면 고상해보이는 우리의 시골집

누이 같은 인상이라 참 좋았습니다.

 

오늘 부터 제 컴의 바탕화면은 수애의 얼굴로 깔아 놓을 예정입니다.^^

 

여배우 이야기를 더 하면 나이 먹어 변태 주책으로 몰릴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그만하고,

 

영화의 내용도 우리에게 친숙한 월남, 김추자, 완고한 시어머니 등을 소재로 하여 그럭저럭 스토리를 잘 역어 놓았더군요.

 

특히 사랑없이 집안끼리 맺어 주다 보니, 다른 여자를 가슴에 안고,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남편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월남의 전쟁터를 누비는 영화 속의 순이(써니)를 보면서,

 

우리의 인생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말일까요.

 

영화 속 순이는 자신이 왜 사랑하지도 않는 남편을 찾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정말 자신이 할 수 모든 짓을 다 하여 그녀의 남편을 위기에서 구해 내고, 그 남편을 딱 대면하자 대뜸 따귀를 몇대 날려 보내지요.

 

아마도 그녀는 사랑은 다가오는 것이 아니고, 찾아 가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게다가 영화는 월남전의 여러 장면과 김추자의 노래를 적당히

믹스하여 올드 세대의 감정을 잘 이끌어 내 주고 있으며,

 

전혀 강인해 보이지 않는 수애의 이미지로 진정으로 강인했던

우리의 어머니, 누나들의 이야기를 정말로 잘 짜내고 있더군요.

 

특히 베트콩의 땅굴생활은 월남전에서 참전하고 돌아와 선친께서 말씀해 주신 장면이 그대로 연상이 되더군요.

 

수류탄 몇 개와 권총 한자루만 들고 땅굴로 들어 갔다던 파월 용사들의 용기와 두려움이 느껴졌습니다..

(베트콩의 땅굴은 좁아서 긴 소총은 걸치적 거려 별로 소용이 없었답니다.)

 

그러나 영화 기저에 깔려 있는

반미주의, 반 박정희 정서 등이 느껴지는 것이 옥의 티였습니다.

 

시간되시면 한 번 가서 직접 감상해 보세요..^^   

 

 

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