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란 실처럼 길게 이어져 길로 흘러가고 길은 또 다른 작은
길로 이어져 그 길속에서 사람들이 헤어지고 만나고, 또 만나고
헤어지며, 기쁘고 슬퍼지다 즐겁고 우울해지고, 길 안팎으로 돌고
구비치다 행과 불행으로 이리저리 얽혀 갑니다.

 

지금의 우리란 과거 먼 어느 연으로부터 시작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길이 되고 다시 그 길을 걷다 또 다른 길을 만나 이어진 실처럼
자꾸만 길이 되는 것이겠지요.

 

우리를 낳아 준 부모와 다시 그 부모의 끝도 없을 듯 아득히 이어져
올라가는 피의 흐름처럼 우리가 살아 만나는 모든 인연도 그렇게 끝도
없이 이어져 갈 것이 분명합니다.

 

가끔은 잘못된 길에서 슬퍼도 하고 괴로워도 하며 바른 길을 찾으려
애처롭게 노력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끔은 좋은 길에서 훌륭한
만남도 있습니다.

 

바른 길을 지나는 나그네에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불볕으로 다가서는 무더위도 폭포로 내리치는 빗줄기도 그 길을
막아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계절이 바뀌어 맹렬한 강추위가 그 길을
때린다 해도 결코 떨리지 않습니다.
바른 길 위의 훌륭한 만남이 있다면 말입니다.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돌아가는 여울 같은 것

 

소리 없이 흐르다
그늘 구비 만나 바람으로 흐느끼고
푸른 하늘 맞아 들풀로 속삭이며
구름을 닮아 갈 뿐
햇살에 스러지는 아침 이슬을
따로 노래하지 않는다.

 

내리치는 빗발 몸으로 받아
먼 곳의 마른 잎사귀를 적시며
지나는 새들의 쉼터도 되었다가
오직 노을을 감고 구비쳐
큰물로 큰물로만 어우러져
별빛을 품고 잠들어 가는 것

 

꿈을 벗고 사랑도 잊은 채
물결로 남아 휘어 감기고, 돌아 구르다
저녁 해 내려앉는 바다를 만나면
파도 소리로 잠겨 들어
거대한 흐름으로만 말없이 떠도는 것
산다는 것은

 

 

-왕 수-

http://blog.daum.net/khl600

 

작가 : 박용대

작품 :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