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 포커멤버들이 10년 가깝게 몸담았던 회사를 명퇴하고자 한 이유는 가지각색이었어요..

 

한 사람은 주식투자를 잘못하여 와이프 몰래 7천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어 명예퇴직금으로 그것을 정리하고자 했으며
(와이프가 사정하여 명퇴신청을 반려받은 사람인데 그래도 그 친구는 그 기회에 그 많은 빚을 와이프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받았대죠^^),

 

한 사람은 이혼을 한 충격이 남아 있어 외국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었던 것 같고,,

 

한 사람은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서(명퇴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이지요)

 

저는 그 직장이 지겨워진데다가 아이를 외국에서 공부시키고 싶었고
또 4-5년 외국에서 경력을 쌓아 다시 돌아오면 외국계 한국지사
에 job을 구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리라 기대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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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명퇴를 거행후 영어구사 능력을 키우기 위하여
바로 모대학의 6개월간의 단기 영어 Study Course에 등록했습니다..

 

젊은 대학생들과 영어공부에 전념하는 동안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참 좋더군요.

 

영어수강이 끝나갈 즈음 저는 이력서 제출, 온라인 시험, 화상인터뷰 등을 통해  두개의 미국IT회사와 고용계약을 맺을 수가 있었습니다.

 

한 군데는 뉴져지에 소재하는 업체로 연봉 4만5천달러,
또 한 군데는 휴스턴에 소재하는 업체로 연봉 6만 달러였지요..

 

그 당시는 환율이 2000 : 1 이었음으로 원화로는 1억2천만원이나 되는 큰 돈이었으며 그 외에도 의료보험 및 사회보장연금 지원과 이사비용을 지불해주는 조건이었습니다.

 

휴스턴으로 가기로 결정을 하고나니 주변에서 무척 부러워 했습니다..

 

많은 돈을 써가면서 미국에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판에
돈을 벌어가면서 미국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혹적이던 것이었지요..^^

 

저 자신도 저의 결정에 매우 만족해서 미국의 H1B 비자(3년짜리 근로계약 비자) 수속을 밟는 동안 느긋하게 여름 옷을 몇벌 사고

 

그 곳에선 안경값이 비싸다 하여 안경도 새로 맞추면서 미국에서 살 집도 수영장이 딸린 타운하우스를 알아보는 둥,,,,푸른 카리브해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제모습을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명퇴금 받은 것으로 분당에다 아파트나 한채 사 놓으려고 돌아 다니다 보니 심적 물적으로 정말 아쉬울 것이 없이 지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와 같이 명퇴한 친구도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되어 서로 의지할 수도 있었지요.

 

그 친구는 미국에선 약 짓기 어렵다고 감기약을 20만원어치나 한꺼번에 지어 놨다 하더군요.^^

 

떠날 날을 한달여 남겨 놓고 중앙일보에서 "IMF를 이겨낸 직장인"이란 기사에 저를 성공한 샘플로 삼아 칼라 사진까지 대문짝만하게 나오고,

 

그 기사가 나온 다음에는 또 MBC뉴스 시간에 내보겠다고 인터뷰약속까지 잡아 놓게 되니 제가 얼마나 기고만장하게 되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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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웬 청천벽력이랍니까.

 

MBC와 인터뷰약속일 바로 전날 밤 메일을 열어보니,

바로 이전 메일에서 항공권을 보내주겠다던 사람들이
제가 참여하기로 한 프로젝트가 취소되었으니 오지말라는 말이었습니다..

 

머리가 띵해지면서 같이 가기로 한 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그 놈은 하도 기가 막혀 징징 울더군요...

감기약까지 지어놨는데 어떡하면 좋으냐구..
(아마 그 인간은 평생 감기약 걱정은 안하고 살 것입니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그 회사에서 총 4명을 채용했는데,,
저보다 1주일 먼저 비자를 받았던 두 사람까지는 와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재수없이 제 바로 앞줄에서 딱 끊긴 것이었죠..

 

하여튼 그렇게 졸지에 저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낙동강 오리알 실업자 신세가 되버렸지요..

 

"그 사람을 바로 백미터 앞에다 두고"라는 유행가 가사같이
정말 입술이 바작바작 타는 심정으로 제가 마지막으로 보냈던

메일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답니다..

 

지금 쓰라면 도저히 이렇게 쓰질 못할 것입니다..^^

Since I received your last mail, I've fallen in bitterness and
embarassment as much as you can imagine, because I hadn't expected this kind of result at all.

For a couple of days, I have deeply thought about
what I can do to overcome this deadlock.

 

I don't want to discard your job offer because I have invested too much time, money, and endeavour to catch it.

 

It would be very hard for me to let go of all my effort and expectation

I have built, especially when I seem to be only a step away from the fru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