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라일락자매님의 글에서 외국인의 전화통화 이야기를

보다보니 제가 격었던 황당한 사건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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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8년 IMF사태가 일어난 직후였었지요..

 

그 당시 저는 얼마 전 언론에서 떠들어 대었던

소위 "신도 부러워 하는 직장"에 해당 되는 한 기관의

IT부서에서 중간 관리자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문에선 온통 IMF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주요 금융기관은 다 망할 것처럼 떠들어 대었고,,아닌게 아니라 그 이후 많은 은행들이 망했지요..

 

그런 분위기에 휩쓸렸던 사무실의 포커멤버들도 우린 어떻게 될것인가,

어떤 대안이 있을 것인가를 모여서 고민을 하는 뒤숭숭한 상황이 되더라구요...

(그 포커멤버들의 좌장이 바루 저였지요^^

 

한번은 퇴근 후에 사무실에서 포커치다 걸려 그것이 최고경영자까지

보고되는 바람에 짤릴 뻔 했지만 그래도 평소에 저를 이쁘게 봤던 부장과 이사들이 감싸주어 그냥 무마된 적도 있었지요....

그 담부턴 행주산성의 장어구이집에 가서 판을 벌렸었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IT인력이 부족하여 외국에서 인력수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정보를 접하고는,,관심을 갖고 있던 와중에

급기야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공지가 뜨더군요..

 

제가 명예퇴직 권고 대상이 되진 않았지만

그 당시로서는 명예퇴직의 조건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봉급쟁이로서는 평생 만져보기 힘든 액수의 명예퇴직금이 탐이 난

포커멤버들은 우리집에서 다시 모여 미국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멤버 중 한사람의 사촌 매형이 미국 IT회사의 Vice President라 하기에

그 사람과 직접 미국회사와의 취업전망에 대해 전화로 상담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도 영어를 제대로 할 줄 모르고 더구나 전화로 통화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질의사항은 미리 메모를 해서 읽으면 되는데,,

그 미국인이 뭐라 하는지는 제대로 알아 들을 길이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가관이었습니다..

 

네사람이 스피커폰에 귀를 쫑끗하고 기울였으나,,

그래도 뭐라하는지 오리무중이라 전화 녹음해 놓은 것을 몇번을

듣고 또 반복해 들었습니다..

 

대충 알아 들은 몇가지 단어를 조합하여 유추해 본 결과

우리와 같은 정보인력이 많이 필요하여 직장을 잡기가 쉽다라 했다고

결론을 내고서는 내일 명예퇴직신청을 하기로 했지요..

 

작당은 그렇게 했지만 막상 사직서를 내려니 좀  떨리긴 하더군요..

결국 다음날 저를 포함한 세사람은 사직서를 냈고

사촌매형이 외국인라는 한 사람은 간이 작아 명예퇴직 신청을 포기했지요..

 

그리고 사직서를 냈던 세사람 중 한사람은 그 와이프가

사무실에 찾아와 사직서를 반려해 달라고 사정사정하는 바람에

취소가 되어 결국 두사람만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미국인이 한말은 "쉽지않다"라는 말이었답니다..ㅠㅠ

 

잘 아시겠지만

"can"과 "can't"를 우리 귀로는 어지간히 듣기 훈련이 되어있지 않으면

구분하지 못합니다..

 

미국인들의 그 빌어먹을 혀 굴리기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무지함으로 인해 무모한 명예퇴직을 결행했고,,

 

나중에 저는 결국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버렸었지요..ㅠㅠ

 

그 이후에도 기막힌 사연이 많지만 그것은 다음에 쓰겠습니다..

 

그래도 그 때는 참 두려움 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던

혈기 방장한 때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