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光이라는 난은 일본이 원산지인 한란 명품 중의 하나입니다..

 

이름 그대로 꽃대가 올라올 때에는 그 붉은 빛이 환상적입니다..

 

이 난을 처음 대한 것은 20여년 전 남대문의 동방플라자 내에

있던 애란원이라는 난원이었었지요..

 

곧 부러질듯 하늘 하늘한 꽃대에 몇 송이의 도색 꽃이 달려있는

자태가 지조있는 선비를 보는 듯,,,

기품있는 훤칠한 양가집 규수를 보는 듯하여

한동안 그 앞을 떠나지 못했었지요..

 

그러나 그 값이 어마어마 했었습니다..

상작도 아닌 것 같은데,,촉당 20만원씩 3촉짜리 난 한분을

사기 위해서는 60만원이 필요했습니다..

 

그 당시 제 봉급이 20만원이 조금 넘을 때였으니,,

아무리 그 난을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어

보고 또 보아 머리 속으로만 각인시키려 애만 썼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작년에 인터넷 경매를 통하여

12촉이나 되는 일광 한 분을

(사실 한란을 12촉이나 되도록 키운다는 것은 참 쉽지 않습니다)

18만원에 낙찰을 받았습니다..

 

이 일광을 조금 큰 분에다 다시 심어 난대에 턱 얹어놓고

보니,,23년만에 드디어 너를 품게되었구나..하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흐믓했지만,,

쇠락한 귀족가문의 미인을 보는 듯한 애잔함도 느꼈지요..

 

지금이야 이 일광이란 난이 별로 쳐다 보는 이 없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지만,,

 

그 꽃이야 정말 수천 수억원을 호가하는 난에 비하여

손색이 없는 훌륭한 난이며,,

 

불과 20여년 전 만해도 저와 같은 난취미인의 애를 닳게 하던

꿈속의 난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어찌 생각하거나 말거나

 

이 일광은 올가을이 되면 이십여년 전과 똑 같은

햇살같은 꽃대를 올려 바람이 살랑 불 때마다,,

복숭아 빛 향기로 저를 행복하게 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