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디가서 이렇게 열심히 글을 올려 본적이 없는데,,,
요즘 열심히 도배를 하는군요....들꽃님이 표창장이라도 하나
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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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73년도에 마지막 고교 입시세대입니다.
그때 고입시험도 지금 대입같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했습니다..
운이 좋아 1차 시험에 합격하여 새교복을 미리 입고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나름대로 폼을 잡고 외갓집행 버스에 올랐지요.
왜 운이 좋다고 하냐면,
나중에 알고보니 제가 전교 꼴찌에서 두번째 성적으로 붙었다더군요...대단한 운이지요..
그 담에도 한번도 우수한 성적으로는 시험에 통과한 적이 없어요..
맨날 아슬아슬한 성적으로 턱걸이를 하는 것이 제 주특기가
되버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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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의 옆자리에는 제 또래의 여학생이 타고 있었는데,,
그 아이도 짙은 감색의 교복을 입고
있었어요..
저에게 시선 한번 안주고 새침스럽게 눈을 깔고 앉아있었는데
나비가 앉아도 될만큼 속눈섶이 길다고 생각했어요...
도착하는 내내 어찌나 신경이 옆으로만 쓰이는지
후각,,시각,,청각이 한쪽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것 같았죠..
힐끗 힐끗 가재미눈을 해서 파악한 결과
얼굴은 그렇게 이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깔끔한 단발 아래 짧게 쳐 올려 까칠까칠한 느낌의 머리가 .
뽀얀 긴 목과 풀먹여 빳빳이 다려진 하얀 칼라와
묘하게 요즘
표현으로 시크하게 어울린다 느꼈지요..
외갓집에 도착하여 사촌형에게 알아보니,,
그 동네의 치과집 몇째 딸이라나...
어쨋든 시골에서 밭 매고, 동생들 포대기에 들쳐 업고
햇빛에 끄을린 촌스런 여자애들 중에서는
그 아이가 군계일학으로
보이더군요,,
어느날 부터인가 그 여자애가 자꾸 눈에 어른거려 보고 싶어지고,,
길에서 마주치면 괜히 몸이 굳어져
옆의 사촌형과의 대화가 건성건성 되고 말이 헛나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그 아이 생각에 잠도 잘 못잘 지경이 되어버렸지요.
그러던 어느날 잠에서 깨어 이불 속에서 저는 결심했지요..
"오늘 그 아이를 만나면 무조건 말을 건다!!!"
또 아침을 먹으면서도 천번 만번 다짐을 했어요..
"말을 못 붙치면 나는 남자도 아니다!!!"
그러구선 그 아이를 봤던 곳을 몇군데 돌아다녔지만
몇일 동안 통 눈에 띄질 않더군요.
혼자 발정난 강아지마냥 애가 타서 몇일을 허둥 허둥 보내는 동안
약간 짜증도 나고,,내가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한편으론
들었지요.
일주일 쯤 지나 사촌형과 동네 우물에서 물을 퍼 물지게를 지고
낑낑대면서 오는데
하필이면 그 때 그 아이가
지 친구들과 재잘대면서 맞은 편에서
다가오다가 저하고 눈이 따악 마주쳤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리의 사고는 정지한 듯 했고,,입술은 얼어붙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말이랍니까..
그토록 여러가지 멋진 대사를 준비한 것은 다 어디로 날라가고
제가 내 뱉은 말에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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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봐!!! 이 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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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나간 말을 줏어담을 수도 없어
어리벙벙해 물지게에서 물을 반쯤 쏟고 있던 저에게
그 아이의 답변은 비수같이 날라와 제 가슴을 찟고,
그 아이의 새파랗게 흘겨 뜬 눈사위는 저에게 치명상을
안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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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모가지 때 본다!!!....샤꺄....아침부터 재수없어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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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저는 밥도 안먹고 이불 뒤집어 쓰고
꺼이꺼이 소리없이 가슴으로 울었습니다..
그 담에는 어찌 되었냐구요?
그 아이를 마주치면 아예 멀리서부터 비실 비실 다른 길로 돌아다녔습니다..
그 이후부터 저는 제가 좋아하는 여자앞에만 서면 말문이 막히는
선별성 언어 장애자가 되어버렸지요..^^
<서정주의 문딩이>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제목: 풋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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