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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주인이 너덜너덜한 누더기를 깁고 있었다.

"버리시지, 왜 그런 걸 깁고 계십니까?"
"이걸 버리면 이 사람이 없어지는데 어떻게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세상에, 그렇게 험하게 갈기갈기 찢어진 것을 걸친 인간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자네도 잘 아는 지체 높은 분일세."

 

세탁소 주인이 또 다른 누더기를 들고 기웠다.
"그건 누구의 것입니까?"
"수도자의 것일세."
"수도자도 별 수 없는 인간이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깨끗한 옷이
세탁소 주인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그건 누구의 것입니까?"
"어린아이의 것이네."

나는 이내 알아 차렸다.
"그렇구나. 이곳은 신의 세탁소구나."

 

- 정채봉 <어떤 세탁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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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지상의 삶을 살러 나서는 사람들 마음마다에
꽃씨 하나씩을 심어서 보낸다.

그러나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에 꽃밭을 가득 일구어 오는 사람은 어쩌다 보일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에 잡초만 무성해서 돌아온다.

신이 이제 막 도착한 잡초마음에게 물었다.
"너는 왜 네 꽃 씨앗을 말라죽게 하였느냐?"

 

잡초마음이 대답했다.
"돈과 지위가 꽃 거름인줄 알았더니
이렇게 잡초만 무성케 할 줄은 몰랐습니다."

 

신이 침묵하고 있자 잡초마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 뒤의 사람들을 위하여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어떤 것이 하늘꽃을 키우는 거름입니까?"

 

신의 대답은 간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

 

- 정채봉 <하늘 꽃은 무얼 먹고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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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싫어하는 돌멩이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돌멩이가 보이기만 해도 외면했습니다.
이 돌멩이에 맞은 사람들은 고통에 치를 떨었습니다.
그리고 아예 자살을 하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만은 달랐습니다.
그 사람도 정통으로 돌멩이를 맞았으나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내가 못 일어날 줄 알아? 천만에, 너는 나를 주저앉힐 수 없어!"

그는 그 돌멩이를 집어들고는
'끝' 이라는 돌멩이의 상표를
'다시 시작'으로 바꾸어 어둠 속으로 힘껏 던졌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돌멩이가 어둠 속의 별을 맞춘 것이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별은 찬란한 빛을 내 놓았습니다.

이 돌멩이의 이름은 '실패'라는 돌멩이입니다.

 

- 정채봉 <어떤 돌멩이>

 

 

 

정채봉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중에서
도서출판 샘터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