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글입니다. 경어 없습니다 ^_^ ;;
울산으로 내려오기전 그러니깐 대전 고향집에서 살때 나는 강아지를 꽤 오래키웠다.
13살때 고향집으로 이사간 나는
14살때부터 형이 업둥이를 데려와서 바순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때부터 강아지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어렸을때부터 고양이는 워낙
무서워하고(-_-;;) 강아지를 정의의 사도처럼 여기고 좋아했기에 큰 마당이 딸린 집으로 이사가자 나는 강아지 노래를 불렀고 결국 두손 두발
다든 부모님은 강아지를 사기로 결심하셨다.
하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서 결심은 그냥 결심으로만 끝나셨다(...) 그러던중 형이 자신의
중학교 동창이자 고등학교 동창까지 이어지는 수범이형에게서 강아지를 얻어온것이였다.
딱 바른생활 교과서에 등장하는 바둑이를 빼닮은
바순이는 암컷이였기에 여성적인 이름을 붙였고 아직 개집이 없던 우리집에서 현관 신발장에 상자를 깔고 생활하기 시작했다.
처음
강아지를 길러보는 우리집 식구들은 강아지가 뭘 잘먹는지 몰랐다. 뭐 강아지가 가리는게 있겠냐만은 아버지 주장대로 된장에 찬밥을 주니 몇입 먹다가
깨앵깨앵 울기만 했다.
지금보다 100배 행복했던 가정환경이였던 그때 우리집은 강아지 입맛을 맞춰준다고 별의별 음식을 다해줬다.
지금 생각나는 매뉴들은 날계란에 밥비벼주기, 참치 기름에 밥비벼주기, 날계란에 마른멸치 가루내서 간장 조금넣어서 밥비벼주기, 된장찌개에
멸치대가리 넣고 밥비벼주기 등등 가끔 집에서 삼겹살 구워먹는 날은 그 판에 밥을 몽창 넣어서 강아지 밥을 만들어주고 그랬다.
그렇게 서너달쯤 지나고 아버지가 개집을 지으셨고 강아지를 현관이 아닌 마당에 키우기 시작하였고 주변 사람의 조언으로 사료를
먹여보기 시작했다.
이미 어머니에게 귀찮은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녀석은 그동안 우리가 상전처럼 갖다 받친 온갓 진수성찬의 비빔밥이
아닌 그 한포대에 8000원 하는 사료를 너무나 좋아했었다.
그때부터 맨날 구박받던 바순이는 어머니와 극적인 화해를 하고 우리집의
당당한 일원으로 인정받았다.
그렇게 바순이와 1년이 지나고 우리집에는 새로운 강아지가 한마리 들어왔다. 이름은 이쁜이 출생지는
바순이와 같다. 촌수로 따지면 바순이가 고모.
새로 등장한 이 강자는 이제 이빨이 다나고 밥을 먹기 시작한 아기 강아지. 그러나
성격은 정말 불같은 여자였다. 먹는것에 대한 끝없는 집착. 누군가 자기의 밥그릇에 입을 대면 막 분노! 또 분노!
바순이는 점점
말라갔고 이쁜이는 보기 괴로울정도로 살이 찌기 시작했다. 배가 푸득푸득 턱도 푸득푸득. 그래서 주말에는 사료를 퍼준 다음 이쁜이를 정신없게
놀아주고 그 사이 바순이가 밥을 먹게 하였고 때로는 따른 밥그릇에 담아주는둥 갖은 방법을 동원하였다.
그러나 바순이는 아주 이쁜
외모와 몸매 그리고 적당한 크기를 가진 강아지였지만 결정적으로 돌녀였다. 발정기가 될때 목줄을 풀어주고 동네를 마음껏 활개치게 했지만 임신은
한번도 한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쁜이 그녀. 어린시절 너무 못생겨서 이름이라도 이쁘라고 지어준 이쁜이. 우리어머니가 하사하신
이름이다. 못생긴 외모와 체구도 작고 식탐도 많은 그녀, 임신하나는 정말 잘했다. 나중에 8살 넘은 나이까지도 임신을 하고 유산할
정도였다.
그래서 끊어질줄 알았던 우리집 강아지 가계는 이쁜이를 통해 갑분이와 갑순이가 나왔고 또 이쁜이를통해 먹쇠와 돌쇠가
나왔고. 또 이쁜이를 통해 뭉치와 강치 망치가 나왔다.
그사이 아버지가 바순이를 얌얌하셨고 (ㅠ.ㅠ) 나의 거친 단식투쟁과 학교태업
투쟁으로 다시는 강아지를 안먹겠다 라고 약속을 받아냈다.
이쁜이가 자신의 짝을 잃고 한동안 비실비실 힘이 없었다. 그 좋아하던
밥도 잘 안먹고 더욱 좋아하던 생라면을 던져줘도 먹는둥 마는둥 삶은 고구마를 던져줘도 고개만 설래설래 흔들었다.
한달간 이어지는
이쁜이의 기운 없는 행동은 우리가족을 마음아프게 했고 특히 아버지를 더욱 미안하게 하였다.(바순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되면 하겠다.)
이쁜이는 점점 말라갔고 적당한 체형이 될때쯤 다시 밥을 맛있게 먹는 강아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늦여름에 임신을한 이쁜이는 자신의
두번째 동반자 뭉치2호를 낳게 되었다.
그때가 1996년 초겨울 아직 첫눈이 오기 전의 추운날 새벽이였다.
-----------------------------------------------------------------------------------------------
내가 키웠던 강아지 -2-
이제야 전에 쓴 이야기를 이어 쓰게 되었다. 여자친구와 통화중에 우연히 강아지 이야기가 나와서 가슴 한곳이
찌르르......
이쁜이와 내가 점점 더 감정이 깊어지게 된 것은 어머니 죽음 후였다. 그 전에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후 이쁜이와 뭉치에게 말걸고 같이 노는게 잦아졌다.
순간적인 충동으로 다니던 회사를 때려친 나는 여기저기 피시방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대학다닐때 본 피시방 알바 형이 굉장히 부럽게 느껴졌다 -_-; (내 첫사랑도 PC방 아르바이트 하던
사람이였다.내가 다니던 피시방이아니라-_-;;)
동네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쁜이가 나를 따라 건널목 까지 따라오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때 나는 강아지를 풀어놓고 기르기 시작했었다. 전에도 강아지를 풀어놓고 길러봤지만 동네 사람들이 강아지가 동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변을 본다고 해서 주말에만 가끔 풀어주고 그랬다.
하지만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는 강아지를 그냥 풀어두고 키웠고,
동네사람들도 나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가끔 강아지에게 과자부스러기를 던져주기도 하고 참 고마웠다.
현실이 점점 무겁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형이 내 카드를 사용해서 빚이 늘어나고 아버지가 다른 살림을 차리고 나에게 가끔씩 손벌리는게 너무 힘들었다. 집 대출금 이자를 넣지
못하는게 비일비재 했고 점점 공과금 내는것 조차 힘들기 시작했다.
나 조차 밥을 먹기 힘든 상황에서 개를 키운다는건 정말 사람이나
개나 둘 다에게 미안한것 같았다. 밀가루를 대강 반죽해서 떡처럼 끓여먹기도 하고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수제비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수제비는
가난하게 자랐던 시절 너무 많이 먹어서 싫어한다. 지금은 그냥 먹는다. 음식을 버리면 죄니깐) 월급날에는 쌀을 사기도 했지만 아무튼 굉장히
힘들었던 시절이다.
그때 강아지들에게 먹인것은 아르바이트 하던 피시방에서 얻어온 200원짜리 초코바랑 라면하나를 퉁퉁 불도록 끓여서
찬물을 부어 양을 늘리고 가위로 잘게 잘라서 준것이였다.
가끔 형과 형 친구나 후배들이 와서 고기구워 먹고 간 날은 남은 찌꺼기를
모아서 강아지들에게 주곤 했다.
...형이 벌린 술판에는 항상 남은게 없었다... 내가 아르바이트에 돌아오면 남아있는건 설거지
거리와 강아지에게 먹이기도 미안한 찌꺼기들뿐.
정말 배고팠었다.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혼자 죽은 엄마를 미워하고 바람난 아빠를
미워하고 나를 배신한 형을 미워했다. 그리고 강아지들에게는 너무너무 미안했다.
내가 일하던 피시방은 점심값을 주는곳이 아니였다.
대신 다른 피시방보다 급여가 5만원 더 높았다. 피시방 사장이 나에게 허락한것은 컵라면 하나와 빵하나. 나에게는 정말 눈물나게 고마운
음식이였다.
어느날 부터 내가 컵라면을 점심에 먹지않고 저녁에 쌓가기 시작했고, 어느날 부터는 피시방 사장님이 나에게 라면을 하나
더 먹도록 허락해주셨다. 지금도 그 피시방이 잘되길 바란다. 뭐 다른사람이 사장님을 욕해도 나에게는 은인과 다름없었다.
그러다가
지금 같이 일하는 선배와 연락이 되고 울산으로 내려오라는 말을 들었다. 죽기 아니면 산다는 심정의 나는 과감하게 고향을 떠날 마음을 먹었고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아지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이대로 내가 떠나면 그 들은 굶어 죽던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잡혀
먹을지도 모를 신세가 될테니......
내가 울산으로 내려가기 한 두달 전부터 우리형이 자주 가는 짜장면집 주인 아저씨가 우리집
강아지들에게 남은 음식을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동네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은듯 했다. 정말 맛있는 음식들을 강아지에게 가져다 주곤
했다. 비록 찌꺼기 이지만 내가 몇번이나 강아지의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 모른다. 그리고 나에게도 남은 음식좀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짜장면집 아저씨가 올때마다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한가닥 남은 자존심과 이성으로 참아내고 강아지들이 먹는것을
지켜봤다.
내려 오기 몇일전에 그 아저씨가 왔을때 어렵게 말을꺼냈다. 내가 고향을 조만간 떠나서 강아지를 돌볼사람이 없다고 할수
있다면 아저씨가 보살펴주실수 없냐고. 아저씨는 자신의 아내가 개를 싫어해서 키우진 못하고 지금처럼 음식을 가져다 주겠다고
약속해주셨다.
그 무렵부터 형은 피시방에서 자던가 아님 동네 후배 집에서 잠을 자곤 했었다. 내가 쓰던 피시와 가전제품에는 경매
딱지가 붙어있어서 내가 울산을 내려갈올때 가져올수 있는것이 하나도 없었다.
떠나기 전날 오전에 시장에서 천원에 산 앵두를 안주로
소주를 마셨고 마당에서 강아지들과 오래오래 놀았다. 마지막 밤은 집에서 자고 가고 싶었지만 이미 전기가 끊어진 상태라 집에 있으면 안좋은 생각만
들기에 나올수 밖에 없었다.
짐을 싸들고 내가 일한 피시방에 마지막 밤을 청하러 떠났다. 이쁜이와 뭉치에게는 울산 내려가는
여유자금에서 고로케와 크리빵을 던져주고 먹는것을 확인하며 문을 닫고 나왔다. 이미 훌쩍 거리며 나가고 있는 상태에 강아지들 마져 따라오면
그자리에 주저 앉을것 같아서 그냥 혼자나섰다.
피시방에서 그동안 내가 섭섭하게 했던 분들에게 사과도 하고 사장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하며 다음날 아침까지 신세좀 진다고 허락을 구했다. 사장님은 흔쾌히 허락해줬고 나는 안감기는 눈을 억지로 붙이고 의자에서 잠시 잔뒤 울산으로
내려갔다.
그때 형은 내옆에서 같이 있었는데 내가 나갈때 자기를 꼭 깨우라고 했다. 배웅해준다고. 하지만 싫었다. 그때는 이미
형이라는 사람의 숨소리 마져 싫었던 때였다.
아.. 강아지이야기 한다 하다가 내 신세 한탄만 한것 같다...
지금 그
강아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을듯하다. 너무나 미안하다. 가끔 정말 아주 가끔 기도중에 그들을 기억한다 살아있다면 행복하게 남은 여생을 살게
해주고 죽었다면 만약 그들이 천국에 갈수있다면 그들이 천국에 갈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그들의 죄는 정말 주인을 잘못 만난 죄
밖에 없었다.
보고싶다. 이쁜아 뭉치야.
못난 주인은 이 글을 쓰면서 혼자 찌질 거리는고 있어.
가끔
너희들이 밥은 잘먹고 있는지 어디서 비는 안맞고 잘지내는지 새 주인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는지 너무 궁금해.
저번에 고향에 갔을때
내가 살던집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대문의 문패가 바뀐걸 보았어. 그래서 그 새벽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너희들 이름을 불렀지. 혹시나 하고
꼬리를 흔들며 나에게 달려올까 하고.
어떻게 해서든 너희들과 다시 같이 살고 싶었어... 아니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걸 알고
있어서 그때 한번 찾고 그 뒤로 다시 찾지 않는걸지도 몰라.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희들에게 할말이
없어.
언젠가 우리 인연이 다시만나면 다시 내 강아지들이 돼 줄수 있겠니?
현생에서든 후생에서든 행복하길 빌께.
가끔 너희들을 위해 기도 하고 있어.
보고싶어. 무척.
첫사랑 보다 더 보고 싶어.
사랑한다
애들아
-----------------------------------------------------------------------------------------------
예전에 제 이글루에 올렸던 글을 발췌해서 올립니다 ^_^;
좋은하루되시길 바랍니다~
|
제목: 내가 키웠던 강아지[수필?]**M.Safca, Rubytues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