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참 있을 수 없는 이상한 일을 겪는 경우가 있지요?

신앙인 된 후에 저도 이런 경험을 가끔씩 해왔고, 그래서 가톨릭을 믿고 사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지난주에 겪은 신기한 일을 하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분명히 몇백만원 벌금에 면허취소를 먹어야 맞는데, 그냥 훈방조치를 받은 불가사의한 사연을... 

형제 자매님들이 믿거나 말거나...

 

지난 20일 토요일에 서울 보훈병원 성당에서는 저녁 7시부터 밤 10시까지 성당 앞 성모동산에서  "성모의 밤" 야외행사를 가졌습니다.

 

입원 환우들로 구성된 사목회, 장년 봉사자들로 구성된 요셉회, 자매 봉사자들로 구성된 마리아회, 젊은 봉사자들로 구성된 청년회, 입퇴원을 되풀이하는 환우들로 병원 인근에 살며 신앙생활을 하는 성령 칠은회, 세상을 떠난 환우들을 돕는 연령회 등, 환우들과 봉사자를 중심으로 150여명이 참석한 조촐한 모임이었습니다.

보훈병원은 환우들로 구성된 사목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관계로, 모든 행사 준비는 의례이 봉사자팀이 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자기 본당 일보다 더 신경써서 챙겨주는 봉사자들이 없으면 행사 자체가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그날 저는 오후 1시 경에 미리 성당에 가서 일하기로 하고, 아내 베로니카는 친구와 함께 행사 1시간 전쯤인 저녁 6시경에 성가대 봉사자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23명의 성가대 역시 소속 본당에 특별한 일이 없는 급조된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된 것이니까...

상당수의 마리아회 자매님들은 성모님께 드릴 화관과 성모동산을 꾸밀 화환들을 준비하느라 일찍부터 나와 있었고, 또 많은 요셉회 형제님들은 주차 통제, 야외제대 준비와 의자 준비, 전기선 설치 등을 위해 일찍 나와 있었습니다.

먼저, 일주일간 끙끙거리며 준비한 "성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수녀님께 감수해 주십사 부탁드리고, 저도 일꾼들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마리아회도 마찬가지지만, 요셉회는 원목 신부님 수녀님을 보좌하면서 시키는 것은 무슨 일이든지 해야 합니다.

예컨대, 환우들에게 가서 기도를 해야하면 정성을 다하여 기도도 해주고, 몸으로 떼울 일이 있으면 몸으로 떼우고, 돈을 보태야 되면 돈도 보태고...

저는 요셉회 총무 겸 회계를 맡은 관계로, "성모님께 드리는 편지"같은 정말 피하고 싶은 일까지 이번에 감수해야 했습니다.

 

제가 전에 모셨던 신부님 중에 이런 말씀을 하신 분이 있습니다.

"가톨릭은 말이에요. 되는 일도 없지만, 않되는 일도 없어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느님께 다 맡깁시다."

정성스럽게 준비는 하되, 쓸데없는 근심 걱정일랑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이셨는데, 요즘 제가 그 표현을 참 자주 쓰는 편입니다.

제가 겪어 보니까, 그게 진리더라고요.

 

아무튼, 준비도 잘 되었고, 진행도 좋았고, 모두가 흡족해 하는 성모의 밤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참 잘 썼다고 수녀님께, 요셉회와 마리아회 형제 자매님께 칭찬도 많이 받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요셉회와 마리아회의 뒷풀이 장소가 달랐기 때문에 생긴 겁니다.

소주, 막걸리에다  족발, 파전, 묵 등의 뒷풀이 감을 사목회와 성령 칠은회와 마리아회와 성가대와 연령회는 봉사자실, 요셉회와 청년회는 교리실에 각각 분리하여 준비하는 바람에 제가 술을 많이 먹게 된 것이지요.

"마누라가 운전을 할테니 술 한잔해라", "오늘 고생 많았다" 이 두마디에 넙죽 넙죽 받아 먹은 술이 상당한 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성가대 쪽으로 와서  베로니카를 보니 친구 차를 타고 간다며 마찬가지로 술을 꽤 먹었더라고요. 

 

그래서, 음주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 와서 돌아 보면 왜 그때에 차를 병원에 두고 오면 된다는 생각은 아예 못했는지 그것도 신기합니다.

여하튼, 보훈병원 뒷길로 해서 음주측정을 피해간다고 조심스럽게 나왔는데, 그냥 용코로 걸려 버렸다는 것 아닙니까.

경찰에 잡혀서 가만히 생각하니 반나절을 성모님 곁에서 왔다 갔다 재롱 떨은 공로를 조금 보아 주실 듯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엄하게 회초리를 치실 듯도 하고...

경찰이 10분 후에 재측정을 한다며 약간의 여유를 주는데, 이 시간동안  할 일도 없고 한심하기도 하고...

그런데, "에라 모르겠다, 성모님께 모두 맡기는 심정으로 묵주기도나 올리자" 이런 생각이 들었고, 환희의 신비를 묵상하는 묵주기도를 바치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마음이 안정도 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들이자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3단이 끝나니까 재측정을 한다고 경찰이 부르더군요.

눈질끈 감고 측정기를 불었는데 경찰이 한참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많이는 않드셨군요."하더라고요.

보니까 0.034라는 수치가 나와 있었습니다.

그게 훈방조치되는 수치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그리고, "성모님, 감사합니다"하는 소리가 목까지 올라 오는 것을 참느라 애먹었습니다.

 

제가 먹은 소주 양이 분명 훈방될 수준은 훨씬 넘은 것 같은데...

그래서, 며칠이 지난 지금와서 생각해도 참으로 신기하고, 성모님이 쬐끔 봐주신 듯한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그래서, 더욱 성모님께 죄송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다음부터는 절대 음주 운전을 않해야 하겠다고 다짐도 하고 그렇습니다.

 

제 얘기를 형제 자매님들이 믿거나 말거나 자유입니다만...

확실한 것은 성모님이 우리가 음주운전하는 걸 별로 않좋아 하실 것 같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저처럼 음주운전은 절대로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