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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성당(2000)

한만원
Han Man-won
한도시건축

위치: 경기도 평택시 안중면 안중리 245-36
대지면적: 6,984.13㎡(2,112.7평 )
건축면적: 2,330.37㎡(704.94평 )
연면적: 4,948.14㎡(1,496.81평)
건폐율: 33.37%

용적율; 57.38%
규모: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벽식구조
주요용도: 종교시설
외부마감: 적벽돌치장쌓기

건축주; 천주교 수원교구 안중천주교회

안중은 소위 서해안 시대가 개막 되기까지는 평택의 서쪽에 위치한 조용한 마을이었다. 그곳은 평택에서 서해안으로 나가는 길과 발안에서 안산만으로 뻗어가는 길들이 교차하는 길목이었으며 서해의 마을들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마을 규모에 비해 상당히 큰 장이 있었지만 그 지역적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이었다.

이곳에 1960년대에 장덕호 신부님이 최초의 성당을 세웠고 얕트막한 언덕위의 그 조그마한 성당은 주변에 넓은 숲 속에서 오랜 세월 신앙을 지켜왔다. 처음 보았던 안중 성당은 정원이라기 보다는 숲에 가까운 나무로 가득한 조그마한 언덕에 있는 작은 성당이었다. 오랜 세월 풍상에 젖은 그 작은 성당에는 긴 세월을 살아온 흔적들이 가득했다. 곳곳에 남아있는 여러 가지 행사의 흔적들, 그리고 낡은 건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숲은 이끼가 자랄 정도로 나무들이 무성했고 성당은 그 속에 숨듯 다소곳이 묻혀져 있었다.

세월은 그러나 이곳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소위 서해안 시대의 기치아래 아산만에는 방조제를 비롯한 많은 간척지들이 생겨났고 그곳에는 수많은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른 인구의 집중과 지가상승은 이 지역사회에 격변의 소용돌이를 몰고 왔다. 이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수없이 벌어지는 도로 확장공사, 공업단지가 들어설 광활한 평야,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지역, 그리고 또 끊임없이 지어지는 건물들을 만나면서 ‘개발’과 ‘근대화’의 열기를 직접 목격할 수 있다.

또한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는 도시계획가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환상을 꿈꾸게 하는,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예감케 하는 지역이었다.

옛 성당 역시 신자의 증가와 지역의 변화에 따라 그 건물로서의 수명을 다하게 되었다. 미사를 드리는 것으로 충분했던 옛 성당은 이미 새로운 신자들을 수용하기에 부족했고 또 사목활동을 위한 공간들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또한 안중이라는 작은 읍의 변두리 언덕이었을 이 대지에는 부쩍 커버린 도시가 둘러싸기 시작하였고, 또한 주변의 밀도를 가득 채워갈 도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대지는 축복받은 도심의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성당 주변에는 도시의 성장에 따라 새로운 도로들이 생겨났고 성당의 대지는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조그마한 읍의 외곽에 위치하던 성당은 이제 점차적으로 새로운 도시의 중심에서 그 역할과 위치를 찾아가야 했다.

기존의 대지는 오랜 세월에 걸쳐 가꾸어진 매우 아름다운 정원을 지니고 있었다. 건물은 시간의 진전에 따라 그 수명을 다했지만 정원과 나무들은 원숙함을 더하여 그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새로운 성전의 건립에서는 이러한 옛 성전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새로운 건물의 성격에 요구되는 요소들을 재설정 해주려는데 노력이 집중되었다.

안중 성당은 이제 도시의 한가운데에 자리잡게 될, 그러면서도 오랜 정원을 포용하게 될 안중 시민들의 안식처와 같은 곳이 되어 가야 할 것이다. 도시의 확장에 따라 거의 도시의 중심에 위치하게 된 이 대지에 새로운 도시적 성격의 외부공간과 공동체적인 성당의 사목 활동이 가능한 공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었다. 새로운 성전은 신앙의 안식처인 동시에 그 공간 자체가 도시민들의 휴식처이면서 아픔을 가진 자들이 찾아 그 진정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평화롭고 도시로부터 보호된, 그리고 오랜 시간의 흔적을 머금고 있는 장소가 되기를 원하였다.

그것을 아무런 의도적인 장식도 없이 빛과 공간과 재료로서 충만된, 그리고도 검소하고 소박한 장소가 되어야 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정원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성당 영역 내부의 도시적 공간을 설정하기 위하여 건물을 대지의 외곽을 따라 배치하여 도시로부터 내부 영역을 분리하고 또 내부공간에 독자적인 성격을 부여하도록 하였다.

정방형의 광장과 정원의 추구는 대지의 형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곡면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을 형성하게 하였고, 그 벽은 내부 영역들을 규정하고 보호하며 또한 도시와의 경계를 형성하며 도시에 대한 성당의 모뉴멘탈한 모습을 형성한다. 그 닫혀진 벽은 그 내부의 또 다른 세계를 암시한다. 건물은 크게 본당과 교리실, 사제관 그룹과 유아원 및 수녀원 그룹으로 나뉘어지며 그 사이에는 다양한 행사를 벌일 수 있는 광장과 휴식을 위한 정원, 그리고 명상을 위한 소광장들이 생겨난다. 이 세 가지 성격의 내부 영역은, 그러나 폐쇄적이지 않으며 여러 방향으로부터 도시로부터의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 그것은 성당 영역의 내부에 위치하며 성당에 속한 건물들에 의해 규정되지만 마치 도시의 한가운데인 것처럼 공공에게 열려져 있다. 또한 폐쇄적인 긴 벽이 위치한 동쪽과는 달리 정원의 서쪽은 도시에서의 접근에 열려져 있으며 그 내부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상징적인 주 출입구는 성당과 도로 공원 사이의 도로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 도로는 회랑을 통하여 중앙광장과 연결되고 그로부터 본당과 유치원, 사제관과 수녀원들이 접근되어진다. 여러 방향의 접근로와 입구, 그리고 그 사이에 파생되는 공간들 속으로 여러 가지 통로들이 생겨나며 그 속을 배회하게 한다. 그 내부 영역의 공간들 속에서는 성당 건물들에 의해 스카이라인이 형성되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벽돌과 노출 콘크리트 이 두가지 재료들은 우리 나라의 강한 햇빛 아래서 정원의 나무들과 어우러지며 눈부시게 빛날 것이다.

광장으로부터 본당에 바로 접근되는 로비는 그 아래층에 위치한 소성당과 식당의 로비와 긴 램프로서 연결되며, 그 로비는 또한 주 도로로부터 바로 연결되는 보다 사회적인 성격을 지닌다. 본당 로비는 열려있고 빛으로 충만한 공간이며 본당 내부의 절제된 빛과 대조를 이룬다. 본당의 벽은 막혀진 면이 아니라 그 자체가 깊이를 지니고 또 공간을 가지고 있다. 그 벽 속에 빛을 가득 채워 벽은 빛을 여과하고 담아내는 공간이 된다.

안중 성당에서의 중요한 관점은 가톨릭 교회의 사회성에 관한 것이었으며, 그것은 ‘너희가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며 하느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듯이’ 교회가 이 성전을 찾는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구원하며 그들의 일부가 되고, 또 고요와 평화와 내면적인 기쁨으로 그들이 기도하고 신앙을 키워갈 수 있는 그들 속의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주임 신부인 이기수 신부님과 일하는 동안 많은 만남과 토론을 통해 나 역시 신앙에 대해 새로이 눈뜨게 되었으며, 또한 기나긴 과정을 통해 보여준 그의 성전 건립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 그리고 건축가에 대한 지지에 다시금 감사드린다.

POAR2000,5 글/한만원

<성당과 도시공동체>

유럽에서 성당은 두 가지로 구별된다. 하나는 도시의 중심적 역할을 광장과 함께설정하여 경제적인 바탕과 행정적인 원리, 그리고 정치적인 힘 이외에도 상징성을 내포하는 장소로서의 능동적인 경우와 마을로 부터 격리되어 수도사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여 소박하고도 자생적인 원리로 이루어지는 수동적인 경우가 있다. 특히 이런경우에는 그들만의 공동체를 강조하기 위해 폐쇄된 중정을 중심으로 건축된다.

물론 여기서도 도시의 확장과 도로망의 연결로 교외의 성당이 도시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이 때의 변이적 방법은 적응이라는 표현으로 지역마다 특색을 갖추며 재구성하게 된다. 우리 나라에서 성당의 건설은 여러가지 어려운 조건을 극복하며 정착되었기에 유럽 같은 원칙적인 구성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으나 안중성당에서는 그러한 두 가지 원칙이 우연스럽게도 모두 적용되는 것처럼 보였다.

1960년대 장덕호 신부에 의해 건립된 작은 성당은 소중한 신앙의 씨앗이자 이후 이 지역에 만들어질 강한 공동체의 중심을 만들어갈 예정된 시나리오의 그 무었이었다. 격변의 움직임은 새로운 도로를 만들어내게 하고 예전에는 마을의 중심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던 성당의 위치가 이미 지리적이자 인지적으로도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되었고 자랑거리가 되어간다.

<건축가와 성당>

유럽에서 건축을 수학하고 실무를 익힌 건축가에게 성당은 무척이나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예로부터 유럽에서 성당은 건축가로써 수행할 수 있던 최고의 기회이자 영광으로 자신의 지나온 모든 건축적 지식과 기술, 그리고 열정의 집적체이며 최후의 선언과도 같다. 최상의 가치로 평가받을 수있는, 그렇게도 신중한 작업인 것이기에 성당은 그 규모와 상관없이 시대를 초월한 철학적 내용이 건축가의 손에 의해 해석되어 읽혀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양의 성당은 여타의 건축과 비교되지 않는 절대성이 있고 그 시대나 작가에게 기준이 되어왔다. 성당의 건축은 물질로 보지않고 정신으로 읽어내야 한다.

<중심성, 그리고 다면진입>

수녀원과 유치원은 서측에, 본당과 사제관은 동쪽에 배치하여 폐쇄적 구조를 세우고 북측의 회랑과 남측의 정원은 비교적 개방된 구조로 중앙의 광장을 규정 짓는다. 이 대지는 새롭게 조성될 도시계획 도로를 포함해 네 면이 모두 도로에 접하는 구조로 그 중심적 성격을 만들어 내기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정작 중심적 구조를 만들어 내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있었다.

대지는 단절된 높낮이를 갖고 있어서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엮어 내기가 어렵고, 기존의 성당이 오랜 세월을 두고 가꾸어온 정원이 기억을 동반한 뚜렷한 장소성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모두 통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건축적 장치가 요구되었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접근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동서로 단단한 건축의 경계는 북쪽의 회랑과 남쪽의 정원을 통해 비교적 개방적인 구조를 통해 숨쉬게 된다.

그러나 북측의 콘크리트 월은 자칫 건축의 중심성을 분산시키게 하는 요인이 되고, 보다 단단한 구조로서의 광장을 표현하기에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더구나 북측은 멀리서 차량을 통해 접근하는 신도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실제적인 마을 주민들의 접근은 남쪽과 서쪽의 출구를 이용하게 된다. 그래서 건축가는 의도적으로 북측으로 접근되는 광장에서는 행사를,남측의 정원에서는 대화와 사색을 위한 공간으로 설정했을 것이다. 도시적 광장과 전원적 정원으로 나뉘며 그 경계에 계단을 통해 연결과 동시에 분리하고 있다. 이런 구성 방식은 개방된 구조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계를 만들어가게 된다.

<진입 홀>

두 개의 주머니로 이루어진 본당은 북측의 정면성을 강하며 하느님의 몸체 역할을 성실하게 유지하고 있다. 비록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에입스(Apse)공간을 북측에 두어 유럽의 일반해와는 차이가 있으나 대로변에서 접근되는 정면성과 보행의 스케일을 고려한 듯하다. 동측면의 도로를 그대로 받아들여 본당에서 카펠라(소예배실)로 이어지는 통로공간은 성당이 갖고 있는 경계의 의미를 강조하며 동선의 연속적인 진행에서 체험되는 공간의 내외로의 넘나듦을 읽게 해준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본당의 소박함에 비해 극적인 공간을 예비하고 있다. 이공간은 본당 공간의 반도 안되는 부피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박하고 담담한 연축의 본당에서 느낄 수 없었던 경건함과 극적인 드라마를 동시에 연출하는 유일한 곳이다. 램프에서도 시각적으로 보이드된 공간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외부로만 시야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접근방법에 따라서는 카펠라와 교리실로의 연결을 위한 홀이 본당보다 크게 작용하는 불균형을 느낄 수도 있다.

<종탑과 아이 콘>

북측의 대로를 따라 접근하면 공공 공지의 숲을 넘어 슬며시 드러난 본당의 북측 머리 부분에 매우 매력적인 오브제가 놓여있다. 이것은 새로 확장될 도시의 북동쪽을 향해 배치된 종 탑으로, 앞으로의 선교를 선포하는 시각적, 청각적 사인이다. 본당 내부에서 절제된 아이콘은 이렇게 도시를 향해 드러난다.종탑에 연결된 계단은 누가에게나 위로와 감사함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 지붕으로서의 접근이 불편하나 도시를 내려다보며 드릴 수 있는 야외 미사가 기다려지기도 한다.

<성당과 빛>

빛은 비물질성이 지니고 있는 신비감으로 인해 종교건축의 공간이 지녀야 할 기초적인 요소이다. 건축가는 여기서 빛을 사용하는 문제로 두 가지를 놓고 고민했을 것이다. 그 하나는 고딕건축이 만들어내는 밝고 화려하며, 숭고미를 표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로마네스크 건축이 만들어내는 어둡고 둔탁하나 소박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만원은 소박하나 밝은 건축을 만들어내면서 오히려 한국적인 성당을 찾아내고 있다.의도적으로 스테인드글라스나 화려한 성화를 배제하고 심지어 제단위의 아이콘도 절제된 표현으로 사용하였다.(신부님은 이곳에 성의를 매어 다는 정도로 그 아이콘을 대신하고자 한다) 오직 순수한 빛의 사용으로만 연출하길 원한다.

측면의 벽을 통해 내려오는 빛은 외형적으로 고딕의 플라잉-버트레스처럼 보이나 구조적인 연관성과는 무관한 빛의 통로이다. 이 성당에서 빛의 사용은 오히려 외부공간에 존재한다.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동, 서측에 세워진 매스는 자신의 몸체에 드리워진 음영 외에도 광자에 어김없이 아침 여명과 저녁 석양에 긴 그림자를 만들어내게 되고,그곳에 새겨진 그림자는 주민들에게 건축이 만들어내는 공간적 포용력과 시간을 말해주며 오랜 기억을 묻어 줄 수 있다.

그래서 대개의 성당건축은 보단 보다 그 앞의 광장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조적과 건축가의 나이>

건축재료로서의 벽돌은 소박함과 함께 영원한 정통성을 만들어 낸다. 건축가 한만원은 일찍 마리오 보타(Mario Botta)와의 인연으로 그의 작업에서 직간접적으로 그와 연결된 건축언어를 사용하여 왔다. 그것은 그에게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것이었다.

이제 그는 조금씩 연륜의 건축가로 태어나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은 건축의 형태가 만들어내는 능숙한 양감을 조적으로 능숙하게 다듬어 가고 있는데서 반영된다. 건축가의 나이는 그렇게 무리없이 자연스러운 소재 사용에서 느껴진다.

벽돌을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재료로 보고 합당한 적용을 하며, 영원한 건축소재로 시도하고 있음에서 이제 그가 자신의 언어를 보다 확신하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