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은 유난히 맑다.

푸른 하늘로 오월은 다가왔고

봄비와 함께 지난날은 갔다.

계절이 지나는 동안

무심한 시간은 소리가 없었고

어지러운 희망만이

아지랑이처럼

알 듯 말 듯 피워 오르곤 했다.

봄이 오는 동안

나는 봄을 기다렸고

빗속에 봄이 흐드러지고

5월의 하늘이 봄비에 씻긴 채

푸르게 미소 지을 때에도

나는 가슴 졸여 봄을 기다렸었다.

봄은 내게 무엇일까.

지난 계절을 정리하며

두꺼운 옷을 장롱에 개켜놓았을 때

차분히 쌓아올린 옷들에서마저

애절한 기다림이 느껴져

나는 잠시 손을 멈췄었다.

봄이 오면

그 봄이 오기만 한다면

나의 바람은 끝이 날 것인가 고개를 까딱이면서.

이제 봄은 푸르른 하늘을 건너

희미하기만 한 먼데 산을 푸르게 물들이며

서쪽 산으로 느릿느릿 기는 중이다.

한강이 내다보이는 창가에서

화사하게 부서져 내리는 석양의 봄빛을 향해

나는 다시 묻는다.

내게 봄은 무엇인가고.

오늘 하늘은 유난히 맑을 뿐인데

석양은 눈부시게 쏟아질 뿐인데

봄은 내게 무엇인가.

대체 봄은 내게 무엇인가.

                         왕수

                         ((강가에서))

              http://blog.daum.net/khl600

 

작가 : 김 유 미(인천)
한국. 남아프리카 현대작가 국제 교류전 출품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