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제키를 안고 진료실로 들어오자

제키는 저를 발견하고

오늘은 꼬리를 칩니다.

어제보다 나아 보였습니다.

어제는 저를 보고도 꼬리를 치지않았기 때문입니다.

 

먹을 것도 입에다 넣어주고 달래면서 먹였는데

무얼 먹으려 하다가도 입맛이 당기지 않은지 먹으려 하지않고 물만 마십니다. 벌써 5일째 물이외에는 아뭇거도 먹지않았습니다.

 

한동안 달래주고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하였습니다.

오늘은 다른 수의사였는데 매우 염려를 해 줍니다.

먹이는 방법을 알려주니 "그러느냐"는 듯 알았다는 표시를 해줍니다.

 

제키를 두고 나갈 시간이 되어 제가 갈 준비를 하는 기척이 있자

제키는 책상위에 누워 자는척을 하더니만 뭄을 부들 부들 떱니다.^^

미용을 시킨지 얼마되지 않아 털이 다 밀려버려 가만히 있으면 조금 추울수도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평상시에도 홀로 두고 출근할 때에는 현관에 서서 부들 부들 떠는 척을 하기 때문이지요....

 

"제키가 추은 듯하니까 무얼 좀 덮어 주셔요.."

그러자

처음에 자상하고도 안타까운 얼굴로 염려를 하던 당직인듯한 젊은 수의사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이런 애들을 맡는 것은 참 부담스럽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새벽이라도 전화드리겠습니다..."

 

그 표정이 아까 보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었습니다.

이런 애를 맡다니????~~@@

이렇지않으면 5일 진료비를 돈백만원씩 써가면서 왜 입원을 시키겠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밀려듭니다.

그래도 제키때문에 참았습니다.^^

 

동네의 일반적인 동물병원도 아니고 다른 일류 종합동물병원과 경쟁을 하기 위하여 최대한 시설과 의약품을 갖춘 병원이라 주장하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어두웠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생명을 취급하는 병원의 (수)의사들은

인성교육부터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던지 말던지.....

우리 제키나 잘 돌보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병원의 수의사들중 몇분은 제키에게 백내장 수술을 시키면 다른 눈병도 동시에 낫는다며,

제키가 처음에 간 종합동물병원인 닥터펫에서

제키를 눈 수술한 외과수의사도 있고,

지난해 가을 성심껏 제키의 눈과 심장을 치료해 주던 여자수의사도 있더군요...)  

 

수의사들이 여러 병원들을 돌고도는 것이

더 나은 시설을 갖춘  좋은병원에서 치료를 해 보아야겠다라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더 나은 보수를 주는 병원을 찾았던 것이라면......

그렇지않기를 바라며 성심껏 자신의 직무에 충실해 주기를 바랍니다만...

 

여러가지 어두운 생각들이 떠 오릅니다.

심신이 피로해 지면 벼라별 생각도 다 드는 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