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는

카페에서 정말 우연히도

아주 친했던 동기를 만났습니다.

 

서울 하늘이 아무리 넓어도

살아있으면 이렇게도 만나는 모양입니다.

집에서 나와 걸어서 한강다리를 건너 조금 더 걸으면 간혹 들리는

주점이 나옵니다.

언제나 조금은 거리감을 느끼지만

화려하지도 않으듯하면서 비싸보이는 분위기가

그럴대로 좋아 어쩌다 들리곤 합니다....

 

가을님을 피해~~@@

강건너 카페로 간다고 간 것이 이렇게도 되는가 봅니다.

저쪽 옆 테이블에서 세명이 자리잡아 서로 떠드는 모습을 감상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옆 머리가 낯이 익어 유심히 보았습니다.

 

아

동기 진영이었습니다.

집에서 낙농을 하기에 졸업후엔 낙농을 이어 받겠다하여

저는 당장은 신선한 우유와 먼 후일엔

간혹 목장에 놀러올 요량으로 특히 친한척을 하였으며

이 녀석 역시 저를 다른 동가들보다 더 살갑게 대해주어

당장 우리는 무척 친해졌었던거지요

 

졸업후 몇차례 집으로 오기도 하고

저 역시 목장에 자주 찾아가 목장 주인 행세를 하곤하였습니다만

제가 독한 마음을 먹고 "집을 떠난 후" 이 녀석은 물론 다른 친구들도 모두 찾지않았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사회에 복귀한 후엔 고등학교 동창, 대학 동창 등등을 모두 만났고 동문회에도 꼬박꼬박 다니고 있었습니다만,

이 녀석은 다른동기들 말로는

오래 전에 목장을 거둬치우더니 그 이후로 소식이 없어졌다고만 들었습니다.

 

아 그런데 오늘 저 자리에 다른 사람들과 앉아 놀고있다니요.......

진영이는 다른 친구들을 보낸 후 저와 다른 곳으로 가 함께 했습니다.

 

둘이 마주 앉으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 다시 나온 후

몸은 부서진채 그대로였고 

이승의 모퉁이는 굽이 굽이 돌아보여

보고도 싶었지만 사실 그냥 삼켜버린 동기였던 진영이

사실 소식이 끊겼다라는 말들에 그 당시에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였거던요. 

부서지고 꺽여져버린 제 모양을 보여주고 싶지않았기때문이었습니다.

 

어젯밤은 정말 오랜만에 못마시는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세월에 고마운 느낌이 듭니다.

세월이 몹시도 흘렀지만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롭니다.

 

강하나를 두고

이 녀석은 이편 저는 건너편 이렇게 서로 마주보고 살아왔지만

이제서야 봅니다...

 

간혹

기억에 남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혹시나 만나게 될 것을 소망하며)

이산에 오르고

저 주점에 들리기도 하였는데

그런 것이 영화의 장면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할말도 없으면서 바가 거의 폐장을 할때까지 우리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잔을 비웠습니다.

이럴때

삶은 살아온 보람을 느낍니다..........    

이런 시간을 만들어 주신 작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