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랑!

 

요즘은 산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만큼 우리들 일상에 깊숙히 자리한지가 오래인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 앞에 약 300m 쯤의 산이 있다.

가까운데다 약간 높아서, 산 좋아하는 이들에겐 안성맞춤인 것이다.

나와 친구 문사는 그 산에 자주 간다.

그리고 문사는 그 산에 갈 때마다 꼭 큰 봉지를 잊지 않는데.....

 

그건 등산로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 위한 것.

문사는 등산을 하면서, 항상 길가의 오물들을 부지런히 잘 줍는다.

하지만 난 거의 줍지 않는데, 그건 다른 사람의 몫이란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오물을 발견해도, 난 꼭 문사를 불러 줍도록 하는데.....

 

그 일은 문사와 나 사이의 약속이나 다름 없다.

나는 이 산에선 모른체 하지만, 그 대신 큰 산에서는 가끔씩 한다.

큰 산에서도 일반 등로들은 거들떠도 안 본다.

한번을 하더라도 남들이 꺼리는 장소를 하겠다는 게 내 생각인 것이다.

 

사람들에겐 요상한 습성이 있는 것 같다.

보통 자신의 쓰레기는 모두 가지고 가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몰지각한 일부 족속들이 꼭 그런 못된 짓을 하고 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눈에 잘 안 띄는 으슥한 곳에 몰래 버리는데.....

 

나는 물론 그런 쓰레기까지 찾지는 않는다.

중간 휴식처에 쉬면서, 저 아래에 버려진 오물들이 내 몫인 것이다.

대개는 일부러 누가 버린 것들이지만, 그중엔 실수로 흘린 것들도 많다.

암튼 그것들을 주우려면, 한참동안 수고해야만 가능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피곤하고 귀찮아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게 보통.....

하지만 그 오물들은, 그냥 두면 몇십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내가 가끔이긴 해도 그 일을 맡은 것이다.

어떤 곳은 버려진 물건들이 매우 많아, 그럴 땐 힘들어 땀 흘리기도.....

 

한번은 위험한 내리막에서, 내 배낭에서 물병이 떨어져 버렸다.

저 아래까지는 까마득한 낭떠러지인데, 그만 물병이 빠져 버린 것이다.

물병 잃은 거야 별것 아니지만, 산을 훼손 시키는 것이 문제 아닌가?

게다가 나 처럼 다른 사람들이 떨어뜨린 것들도 많은 것 같았으니.....

 

물건을 꺼낸 빈 배낭과 큰 봉지를 가지고 내려 갔다.

미끄러운 만만치 않은 절벽이라 위험 했어도, 난 그에 개의치 않았다.

그곳엔 예상한 대로 여러가지 병들과 캔들, 또 오물들이 널려 있었다.

쓰레기 봉지들도 많았지만, 아직 멀쩡한 술과 물병 캔들도 많았다.

 

무거우면 올라가기가 힘 드니까 물은 모두 쏟아 버리고.....

올라와 다시 확인하니, 술과 캔들은 당장 마셔도 되는 것들이었다.

이것을 두고 도랑치고 가제 잡았다 하는 게 아니겠는가?

난 등산을 하면서도 그런 일을 할 때가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