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수감된 감옥은, 전국에서 흉악범들만 모아 놓은 악명 높은 교도소로서

형기가 몇십년 이상 되는, 대부분이 살인을 일 삼은 흉악 범죄자들이고 무기수였다.

사형제도가 없어 거의 평생을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인생을 포기한 자들인 것이다.

10년마다 교화 상태를 심사하여, 가석방을 결정하지만 석방자는 극소수.

 

교도소 분위기가 흉흉하고 살벌하여, 흉악 죄수들 관리의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교도소 소장과 간수부장의 직위 남용과 난폭한 만행이 한계를 넘고 있었다.

사소한 문제에도, 며칠씩 활동 못할 만큼 흠씬 두들겨 패는 폭행은 일상사였으며.

그 결과 팔 다리가 부러지는 일도 다반사, 그중 더러는 장기 손상으로 죽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 보다 큰 문제는, 힘센 죄수가 약한 죄수 폭행을 묵인하는 간수들.

포악한 몇몇이 전체 죄수를 마음대로 통제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위력을 과시했다.

누구라도 그들 눈을 거슬리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움은 물론이다.

또한, 불법 물품이 엄격히 통제되는 곳인데도, 필요하면 무엇이든 불가능이 없었다.

 

소장이하 간수들의 부패에 따른 비호와 묵인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죄수들은 모두가 독방에서 지내며, 가끔씩 교도소 밖 노역장에 동원되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소장은 노역 댓가를 챙겼다.

하지만 소장과 간수들의 주 수입원은, 죄수들을 상대로 한 불법 물품의 암매이다.

 

주인공이 동료 죄수들에게 당한 치욕스런 일들은 글로 옮기기 조차 민망한데.

그는 외모가 단정하고 젊은 탓에, 고참 죄수들에게 여자 노릇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뭘 모르고 거부하며 반항했다가, 죽었다 겨우 살아난 것이다.

너무도 괴롭고 억울하여 간수들에게 항의 했었지만, 놀림만 당했을 뿐 소용없었다.

 

지옥이 땅 속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교도소가 지옥이고 소장이 악마 두목, 간수부장 이하 폭력 죄수들은 졸개 악마였다.

그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확실히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죽어 나가는 시체를 보면서, 자신은 저렇게 죽을 수 없다 결심하는데....

 

하지만 나가는 방법은 두가지 뿐, 시체 또는 늙어 죽을 때쯤에야 가능하다.

탈옥은 곧 죽음이라며, 혹시라도 꿈 꾸지 말라는 말을 흑인 죄수에게 들은 일 있다.

그동안 탈옥을 시도했던 죄수들이, 모두 실패하여 현장에서 총살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도소 밖 공동묘지의 상당수가 그들이라는데....

 

사정이 그러하니, 냉철하고 치밀한 성격과 명석한 두뇌의 그도 낙심하여 절망을.....

그런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자신의 방 벽에 이상한 것이 보이는 것이었다.

약간 튀어 나온 부분을 손으로 긁으니, 깨지는 것을 알고서 탈옥을 계획하게 된다.

당신께서 절망으로 흐려진 눈을 밝게 해 주시고, 잠자던 지혜를 깨워 주신 것이다.

 

교도소를 지은지 오래되어, 시멘트 벽이 그다지 단단하지 않은듯 했지만.

그래도 큰 구멍을 뚫기가 어려운데다, 감방에서 교도소 담장까지 자그마치 400m....

담장 밖으로 통하는 하수관 쪽 벽은 더욱 두터워, 1m 이상이라 평생 뚫는다 해도....

그는 며칠을 잠못 이루며 생각과 고민을 거듭했다.

 

그동안 그는 흑인 죄수와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는 약 20년 복역한 고참이라, 교도소 생리에 밝아 여러가지로 도움을 받았는데.

사람 좋고 재주가 비상하여, 무엇이던지 말만 하면 어렵다 않고 구해 주었다.

어쩌면 그는, 주인공을 돕기 위해 먼저 들어 와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였다.

 

돌을 잘게 깨거나 다듬을 때, 사용할 망치를 숨기려면 두터운 성경책이 필요했다.

돌 조각은 심심풀이 작업이고, 성경 갈피를 파낸 홈속에 망치를 숨겨 두면 감쪽....

망치는 당연히 한쪽 끝이 뾰족해야 했지만,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다..

그는 노역 후 돌아 올 때마다, 작은 돌을 가져와 틈나는 대로 부지런히 다듬었다.

 

흑인 친구에게 아름다운 여배우 포스터를 큰 것으로 구해 달라 했을 때도.

그는 젊었으므로, 자신의 감방 벽에 걸었다 하여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었으며. 

친구에게 넌지시 농담을 건넸을 때, 그 작업은 아마 60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즉, 1m 넘는 벽을 조금씩 갉아 먹듯 판다면, 그 정도는 걸려야 한다는 답이었다.

 

그는 작업하면서도 도서실에서 작업에 관계된 책을 빌려 계속 연구했다.

그리고 당신께서는, 차츰 그의 고통을 줄여 주시며 목적의 핵심으로 이끄시는데...

간수부장의 세금을 대폭 절세해 주도록 기회를 주신 것은.

그는 소장의 심복 중에 심복이므로, 그와 통하면 소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장의 절세와, 그가 부정 불법으로 챙긴 비자금 관리까지 맡게 되었는데.

20세기 초반의 미국은, 은행 업무와 세무 업무가 연관되어 가능했던 모양이다. 

여하튼 그는 그 때부터 소장 집무실에서 비서 일을 하며 편히 지낼 수 있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약10년, 그것이 당신의 계획이셨고 잘 진행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흑인 친구는 30년이 되었지만, 3번째 가석방 심사에 또 불합격 받아 낙심천만.

주인공은 첫 10년이라 불합격이 뻔한데, 그나마 소장의 방해로 심사조차 못했다.

그 역시 가석방은 아예 바라지도 않고, 오직 벽 뚫는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었으며.

매일 파내는 시맨트 량이 적어, 바지 속으로 운동할 때 버리면 아무도 몰랐다.

 

소장이 부정하게 착복한 돈은, 몇개 은행에 차명계좌로 나누어 입금토록 했는데.

따라서 소장이 직접 인출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차명계좌를 그가 만들고 서명했으므로, 그와 같이 가야만 인출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소장은, 수감 중인 그가 인출할 까닭이 없어 걱정하지 않았다.

 

언젠가 교도소를 떠날 때, 돈을 찾은 다음에 그를 죽이면 될 일이다.

그리고 아직은 그 시기가 아니므로, 벌어 들이는 대로 열심히 입금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인공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억울한 감옥살이를 끝낼 수 있는, 아내를 살해한 진범을 우연히 알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