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영화를 재미 위주로 보았는데, 언젠가부터 한가지가 더 늘었다.

내 나름의 '신앙적 요소' 도 있는지 살피는 버릇이 그것이다.

그 때문에 주로 명화를 보지만, 어떤 영화든 스토리만 충실하면 그 습관의 목적은 달성된다.

화려한? 액션물은 그냥 눈요기 감 정도로.....

 

 

쇼생크 탈출!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90년대 중반 무렵.

그 이후 최근까지 몇번 더 보았는데, 물론 재미도 있지만 바로 그 버릇 때문이었다.

모두가 다 아시다시피, 그 영화는 종교와는 거리가 멀어, 이예 냄새조차 풍기지 않는다.

 

경비가 삼엄한 교도소를 극적으로 탈출하는 흔한 내용이며.

굳이 다른 영화와 차이를 말한다면, 무리한 인위적 설정이 적어 현실감이 그만큼 높다 할까.

사실적 상황전개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잘 어우러져, 공감도가 높은 편이란 자평이다.

그리고 내가 버릇처럼 즐기는 '신앙적 요소' 즉, 신의 섭리를 영화 전반에서 감지할 수 있다.

 

 

주인공이 방탕한 아내를 살해하고자, 자신의 집 동정을 살피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런데 갑자기 집안에서 총소리가 들리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 잠시 주춤하고 있을 때.

어둠 속에 누군가 달아나는 인기척에, 집에 들어 가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래서 들어 가 보니 아내는 이미 숨져 있었다.

 

그러나 아내와 함께 있어야 할 남자는 흔적만 남긴체 보이지 않았는데.

그 결과는 그가 계획했던 것과 크게 다름은 물론이다.

빈틈없이 철저하게 세운 계획인데, 돌이킬 수 없는 순간에 보기 좋게 빗나가 엉망이 되다니..!

게다가 더욱 기막힌 일은, 경찰이 총을 버리라 소리치며 그에게 총을 거누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죽이지 않았다며 억울해 했지만, 경찰에게 그 말이 통할 까닭이 없다.

진실은 물론, 아내가 바람피는 현장인 집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먼저 아내를 살해한 것이다.

너무나 뜻 밖의 상황에 당황하다가,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잡혀 버린 것인데.

결국 아내 살인범으로 재판받고, 악명 높기로 유명한 흉악범 교도소에 무기수로 수감되었다.

 

그는 아내를 살해한 범인도, 또 살해 이유도 모른다.

다만,  자신의 침대에서 아내와 됭굴었던 남자가 사라졌으니, 그 남자를 의심할 뿐이다.

그래서 아내의 애인이 범인이라 항변하며 발버둥 쳤지만, 오히려 의처증 병자라며 비웃었다.

수사 결과 그 남자의 알리바이가 완벽한 때문이다.

 

참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그러나 현장에 있었고 총과 탄환의 일치, 부부간 갈등 등 증언들이 그를 범인으로 몰았으며.

검사와 판사까지 틀림없는 범인이라 믿어, 아내 살인범으로 무기형을 선고한 것인데.

다소 인위적 냄새가 나긴 하지만, 일이 꼬이면 뒤로 넘어져도 코 깨지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그는 장래가 유망한 젊은 은행 간부였으며, 머리가 비상하고 치밀하며 과묵한 성격이었다. 

그러나 멋지고 미인인 아내는 즐기고 놀기를 좋아 하여, 일 속에 파묻힌 남편과 맞지 않았다.

그 때문에 부부는 갈등했으며,  아내의 방탕한 소문들을 확인한 그는 고민하게 되고....

결국 배신감에 복수를 위해 완전범죄를 계획한 것이, 묘하게 틀어져 누명만 쓰게 된 셈이다. 

 

 

대개의 영화들이 다 그렇듯이, 쇼생크 탈출도 첫 부분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앞에 소개한대로 시작 부분 외에는, 끝까지 비교적 자연스러워 무리한 느낌은 없다.

그리고 내가 즐기는 요소, 즉 당신의 섭리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고 많은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것이지만......

 

평소 나의 지론이 엉뚱한 것일까?

신은 악한 자에게는 악한 일을 거듭 허락하지만, 선한 자가 처음 악한 일 할 때는 아니라고.

대개는 방해하시어 그릇 되게 하신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나의 이것이 모순이고 이상한가?

 

세상에는 그런 일이 얼마던지 흔하다.

이를테면, 배태랑들은 범행 성공율이 높은데, 대부분 초짜들이 실패하여 거의 잡힌다.

그것을 배태랑과 신참 차이라 말하고, 또 사실이 그렇고 틀리지 않지만 난 각도를 달리 한다.

선한 초짜가 상습적 배태랑이 되지 않도록, 당신께서 방해하신 결과로 보는 것이다. 

 

물론 범죄 아닌 다른 일들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처음 하는 일은 서툴게 마련이고 범죄도 마찬가지.

남의 물건을 훔치던가 인명을 살상하는 행위 자체는, 처음이라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차에 남의 것을 옮겨 싣던가, 사람을 향해 방아쇠 당기는 일이 뭐가 어려운가?

 

그런데 그 행위가 어렵고 쉽지 않은 것은, 양심과 죄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남의 것을 훔치면 죄라는 의식, 사람을 죽이면 살인이란 죄의식이 어렵도록 방해하는 것이다.

또한 범행을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는 부담도, 양심을 괴롭혀 실패율을 높인다. 

따라서 양심과 죄의식에서 벗어나면, 당초에 쉬운 일이므로 어렵지 않게 행할 수가 있다.

 

다시 말해서 배태랑들은, 거듭된 범행으로 양심과 죄의식에서 완전히 해방된 자들이며.

완전히 벗어난 만큼, 계획한 대로 침착한 행동이 가능하여 성공율이 높다.

그러나 초짜들은 양심과 죄의식 때문에, 침착성 유지가 어려워 실패의 주 요인이 된다.

총탄이 비오듯 하는 전쟁터에서, 침착하게 행동하는 병사가 생존율이 높은 것도 그 이치이다.

 

 

나는 이 영화의 주인공 경우도 그런 맥락으로 본다

비록 범죄 경험은 없지만, 치밀한 두뇌와 침착성으로 그의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은 있었다.

따라서,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만 없었으면, 그가 세운 계획대로 무난히 성공했을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초짜답게 만일을 대비하지 않았고, 그것이 실패의 주 요인이 되었다.

 

나는 이 영화에서 그 점이 아주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신께서 주인공이 미쳐 예상치 못한 일을 두시어, 완전범죄 계획을 교묘히 망치신 것이라고.

다른 사람이 살해하도록 하시면서, 또 경찰을 집 근처에 있도록 섭리하신 것인데.

물론, 그는 그러한 신의 뜻을 알 턱이 없으며, 그저 억울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그럼 신께서는 그에게 무엇을 바라시고, 혹독한 고통의 도가니에 던져 버리셨는지?

그가 무기수로 들어 갈 감옥에, 즉 새빨간 쇳물 도가니의 감옥에 그를 쓰시려고 하신 것이다.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이 세상에, 그렇듯 지옥 같은 감옥이 있어선 안될 일이기 때문.

그 지옥을 없애거나 바꾸려면 그가 적임자였고, 그 때문에 그를 보내신 것이라고......

 

그는 본래 착하고 선한 사람이었으며, 또한 총명하여 나무랄데 없었지만.

그래서 아내만 몹쓸 짓을 하지 않았으면, 그는 평생을 선하게 살 사람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아내가 아무리 못된 짓을 하더라도, 죽이려고 한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일.

당신께서 제일 미워 하시는 죄가 바로 살인 아닌가?

 

그가 계획한대로 가만히 놔 두었으면, 분명 아내를 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께선 아내를 죽이지 못하게 하시며, 훗날에 겪을 심적 고통을 덜어 주셨다.

또, 그의 인생을 모두 망치면 안 되므로, 뜻하신 일을 마침과 동시 댓가를 주시어 보상도....

즉, 감옥을 정화시킨 다음, 사회에 나갈 기회와 풍족한 생활을 배려하신 것이다.

 

그렇더라도, 살인을 계획한 죄의 댓가는 더없이 가혹했다. 

 윤리 도덕도 없는 야수들이 우글거리는 지옥에서, 장장 20년이었으니 말이다.

며칠이 멀다고 죽어 시체로 나가는 일이 빈번한, 악독하기로 유명한 감옥인 것이다.

그런 교도소에서 20년은, 그야말로 죽음과 같은 고통일 수 밖에 없다.

 

그 때문에 당신께서 그곳을 정화하라고 그를 보내신 것이라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인정사정 없이 냉정하시기만 한 처사에, 전율을 금할 수 없음도 사실이다.

비록 아내를 죽이려 했지만, 그래도 동정이 가고, 한편 우리도 다를 것 없다고 생각된다.

그럼, 이제 주인공이 그후 어떻게 되는지 살펴 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