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시간의 등로에 20cm 이상 눈이 쌓인데다 계속 내리는데. 

하늘과 땅이 온통 하얀 눈이라, 다른 색이라곤 나무와 바위들 뿐이다.

그것들도 눈 속에 묻혀 희미하니 거뭇한 느낌뿐이라 흰색이나 다르지 않다.

펑펑 쏟아지는 힘박눈에 온 세상이 순백색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오직 흰색 뿐이지만, 여러가지 색을 넣은 것 보다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답다.

그래서 세속의 그림 보다 비할데 없이 월등하여 신비스럽기까지 한데.

당신의 그림은 살아 있고 말을 하기 때문이다.

난 그저 초라하기 그지 없음데도 영광스럽게 당신의 그림속에  들어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인가?

세상의 어느 화가가 이 처럼 멋지게 그릴 수 있을까?

이것은 하느님께서 그리시는 그림이다.

아니.

그림을 다시 그리시기 위하여 지우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닐 듯 하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인간들의 몫 아닌가?

당신께서는 인간들이 잘못 그린 그림을 지우시며 다시 그리라는 것일지도. 

그럼 무슨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

 

그분께서 보시기에 좋은 그림은 어떠한 것일까?

파란색을 좋아 하실까? 

빨간색일까?

아니면 무지개의 일곱가지 색 모두일까?

 

그분께서 좋아 하시는 색은 흰색이고 그것도 한점 티 없이 순백색이다.

그리고 단순한 형상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그림을 바라실 것이다.

산 그림인 만큼 당연히 말을 해야 하며.

또한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도 고스란히 담아야 할 것이다.

 

세상을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라는.

포근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포용하고 감싸며 아껴야 함도 물론이고.

색깔도 나누거나 구별하면 안 되며.

눈에 마음에 거슬리는 모든 일들을 따스한 햇솜처럼 덮어야 할 것이라고.

 

서로가 사랑과 이해로 덮고 묻어 주면 모든 어려움들은 해결될 것이다.

저 엄청난 나무와 바위들도 작은 눈송이들이 덮어 버렸지 않은가?

아! 아! 그런가?

난 지금 함박눈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쩜 그럴지 모를 일이다.

아니, 그렇다.

당신께서 함박눈을 펑펑 쏟으시는 뜻을 잘못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작은 눈송이가 모아지면 어찌 되는지 깨우쳐 주심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