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마 30대 초반 때 일겁니다.

그러니 30년쯤 전 일이지요.

지금 생각해도 그 때 제가 왜 그랬는지 웃읍기만 합니다만....

 

그 시절에는 봄 가을철에 대개들 야유회를 즐겼는데.

회사에서 그 해 봄철 야유회를 산정호수로 간 것입니다.

그리고 직원들은 도착하자마자 바쁘게 호수 위 계곡으로 올라 갔는데

저는 호수 입구의 어느 가계를 기웃거리고 있었습니다.

 

화독(불화로 : 요즘의 곤로)에서 뭔가 지글지글 맛있게 구워지고 있었는데.

고추장을 발라 굽는 것이 꼭 돼지볶음처럼 보이더라구요.

당시 전 돼지볶음을 매우 좋아 했던지라 침이 꼴깍 넘어 갔던 겁니다.

 

그래서 그게 무엇이고 값은 얼마인가 물었더니.

더덕인데 값도 싼 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주인 아즘마가 한점을 주어 먹어 보니 고것 참....

또 더덕구이는 일동 막걸리가 제격이라며 컵에 따라 주어 마셨는데.....

 

어쩜 모처럼 야유회라 새벽부터 설치면서 아침을 굶은 탓일까요.

말 그대로 둘이 먹다가 한사람 죽어도 모르는 바로 그 맛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점만 더 먹자 그리고 또 한 점만......

더덕만 먹을 수 없으므로 일동 막걸리도 몇컵 더 마셨음은 물론입니다..

 

결국 더덕구이 한 접시를 맛있게.. 정말 맛있게 다 먹고 나서

동료들이 모여 있을 계곡으로 가려 했지만

산정호수로 가는 입구 돌계단을 두갠가 세개쯤 올랐나 어쨌나.....

돌계단(큰 자연석) 위에서 걍 큰 대짜로 뻗어 버렸다는 것만 생각납니다.

 

이상할 것 하나도 없지요.

당시 주량이 맥주 한컵에 얼굴이 빨갛고 다리가 후들후들 할 때였거든요.

그런 것을 진하고 독한 일동 막걸리를 몇잔을 마셨으니 말입니다.

그 막걸리 또한 왜 그토록 입에 착 달라 붙던지.....

 

여하튼 그후 어찌 되었느냐?

다들 온종일 재미있게 놀고 돌아 올 때까지 전 술이 깨지 않았지 뭡니까?

누군가 깨워 일어나 보니 그 가계 옆 평상에서 자고 있더라구요.

물론 온종일 잔 겁니다.

 

더덕구이.....

그 때부터 전 더덕구이를 소고기 돼지고기 보다 더 즐기게 되었지만

그래서 그 후 집사람과 몇차례 더 가서 맛 보여 주며 배우라고 했었지만.....

근데 미안하게도 전혀 그 맛이 아니더라구여....

 

아니 집사람은 여하간에 

서울 시내의 소문난 유명한 집들도 그 때 그 가계의 맛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딱 한번.

2년 전 지리산 하늘아래 첫동네 첫집의 더덕구이가 꼭 그 맛이었습니다.

 

물론 집사람과 같이 먹었으며

집사람도 이런 더덕구이는 평생 처음 맛 본다며 정말 맛있다 했지요.

그건 어쩜 순수 자연산에다 특별한 양념 노하우.....

그리고 시장기가 적당하게 더 해져야 그러한 맛을 느끼게 되는 것인가.....

 

들꽃님의 채식예찬?에 문득 생각나는 옛날 기억을 썼습니다만.

저 역시 육고기와 생선회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입니다.

보신탕도 그렇고요.

 

아마 어릴 때 자주 먹지 못한 것이 원인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그래선지 그 시절 비교적 자주 먹은 생선찌게는 매우 좋아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 충무로 골목길의 삼치구이도 얼마나 좋아 했는지요.

 

요즘은 주로 흔한 갈치구이를 즐기고 있으며 

그리고 혹시 하는 마음에 더덕구이 집이 보일 때마다 들어 가 보곤 하지요.

그나 저나....

초복이 얼마 안 남았는데 견공들이 또 얼마나......

(외론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