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주 옛날에야 친구들이 모두 한 동네에 살아
일 끝나면 얼굴 마주 대하고 시시콜콜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같이 울고 웃으면서 살았겠지요..
요즘 세태는 왜 이리 친구들 만나기도 쉽지 않은지
일년에 한 두번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구김살없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온라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이런 들판같은 싸이트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얼굴을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고,,
나이가 많아도 좋고 적어도 좋고,,
남자도 좋고 여자라고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오늘 분재교육 갔다가 분재원 원장의 삶을 듣고는
마음이 찐해 그 이야기를 좀 써보겠습니다..
------------------------------------------------------
한적한 시골 초등학교 옆에 있는 분재원에 1시 넘어 도착 했더니,,
교육생과 원장은 점심식사를 하러 모두 나가고,
할머니 한분이 어린 아이를 돌보고 있었어요..
인사를 했지만 쳐다 보지 않으시기에 귀가 어두운 가보다,,하고
몇번을 불렀더니,,그제서야 나를 돌아다 보시더군요..
그런데,,그 분은 벙어리셨습니다..아마도 귀도 잘 못듣는 것 같고,,
그래도 환하게 웃으면서 이상한 소리를 질러 반갑다는 표시를 하기에
저는 웃음으로 대꾸를 했습니다..
좀 있다 점심을 마친 사람들이 돌아오고,,
분재원 원장은 어제 이사를 한 관계로 너무 피곤하여
오늘은 실습은 쉬고 그냥 분재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 원장은 나이가 30대 중반쯤 되는 아주 바지락스럽고,,
나무를 꼼꼼하고 세심하게 다듬는 성실한 성격이라서
전국의 분재 소장가들로부터 나무를 돌보는 작업의뢰를 많이
받고 있으며,,특히 소나무 분재를 우리 나라에서 가장 잘 만지는
사람 중에 하나로 소문이 나 있지요..
사실 운치있는 소나무 명목 분재 한 그루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분재에 딱 맞는 좋은 소나무가 산에서 채취되어야 하고
산에서 살던 그 나무를 분에다 집어 넣어 죽지 않고 살려야 하며
분재 명장의 손을 통해 나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살릴 수 있도록
틀을 잡아 내어야 하며
그 다음 매년 정확한 관리를 통해 한 해 한 해 그 아름다움을
보석을 갈고 닦아 내듯이 표출시켜야 합니다..
적어도 그렇게 분에 넣어 10년 이상은 되어야 완성된 분재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완성된 분재라 하더라도 방치하게 되면 또 금방 그 모습이 망가져
방치기간이 오래되면 죽진 않더라도 그 아름다움은 회복불능이 됩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감상하기 위하여는 이런 장구한 노력이 필요하므로
분재 예술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재에 대한 이야기는 주제가 아니므로 이만 각설하고,,
그 원장은 오른 손가락이 엄지를 빼고 모두 없는 장애인입니다..
분재 기술자가 오른 손가락이 없다는 것은
손가락이 없는 목수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위질과 조각,,그리고 굵은 가지를 휘어야 하고,,또 철사를
감아야 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예민한 손가락의 감각이 꼭 필요하거든요..
오늘 그 사연을 들어보니,,참 기가 막히더군요..
아까 그 벙어리 할머니가 바로 원장의 어머니이고,,
아버지 역시 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한 손을 농기계에 잃은 분이었는데,,
다섯살 그 어린 나이부터 소 여물을 작두로 써는 것을 돕다가,,
오른 손가락 네개의 첫 마디가 잘려 나갔답니다..
피가 분수같이 쭉 벋어나가는데도
벙어리 어머닌 그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고,,
어떡할 줄을 몰라,,
그냥 아이의 다친 손을 별로 깨끗하지도 않은 걸레로 둘둘 싸서
방안에 눞혀 놓았답니다..
아버지도 외지에 돈 벌러 나가 집에 없고,,
저녁이나 되어서, 한 동네 사는 큰 아버지가 와서 보고는
아이를 들쳐 업고 뛰었는데,,
병원에 가는 동안 큰 아버지의 등은 피로 흠뻑 젖었다 하더군요..
그리고 출혈과다로 보름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살아나긴 했으나
잘린 손가락이 감염되어 밑에만 조금 남기고 바짝 잘라낼 수 밖에
없었다 하대요..
시골에서 큰 아버지의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조치원의 이강수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알아주는 분재의 선구자이자
대가의 문하생으로 들어 가기 위해
몇일을 문앞에서 무릎꿇고 청했으나,,손가락이 없어
너는 분재를 할 수 없으니 포기하라고 끝내 거절당하고 오는 길에서
어린 고등학생은 자살을 생각 했답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강수씨는 자기가 직접 받아주진 않았지만,,
다른 분재인을 소개시켜서,,13년을 남의 분재원에서 나무를
관리해주면서 분재기술을 익혀
자신의 고향 근처에 아무 것도 없는 빈 땅에
스치로폴을 깔고 별을 보면서 잠을 자고 먹으면서 혼자서
하우스를 짓고,,나무를 심고 분재를 만들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하더군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비록 그 사람이 저보다 한참 어린 사람이었지만,,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가난한 장애자 부모 밑에 태어나,,
자신도 다섯살때 장애자가 되었으니,,
자락자락 얼마나 서러운 일이 많았을지
누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으리요 만은
그런 모든 것을 극복하고,,
열 손가락 모두 가진 사람도 힘이든 분재기술자가 되어,
오늘도 햇빛에 그을려 새까매진 얼굴로
한 시 쉴 틈 없이 일을 하면서
두 딸을 이쁘게 길러내고,,벙어리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그가 정말 거인으로 보이더군요..
그에 비해
하느님이 저에게 얼마나 모든 것을 풍족히 주셨나요..
그럼에도 조금만 불편하면 불평하고
조금 기분 상한다고,,인상쓰며,,인생은 별 볼일 없다 수시로 낙담하였던
제가 참 초라하다 생각했습니다..
.
.
.
.
"하느님 이 세상 모든 성실하고 근면한 생활인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고
자비를 베푸소서..."
제목: 사는 이야기..**A Man Without 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