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수녀님은 성격이 참 좋은 수녀님이셨습니다.

성격이 좋은 것만 아니라 상대를 배려해 주는 그리스도인다운 품성을 지니신 수녀님이시기도 하였습니다.

 

수녀님이시라하여

고상하고 우아하며 도도한 모습만을 보여주시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친구들끼리 도서관 구석에서 사과라도 조용히 먹을라치면

언제 냄새를 맡으셨는지

무식하게 생긴 식칼을 들고 도서관 모퉁이를 찾아 오시어

"노나 먹어야지" 하시면서 우리 손에 들고 있는 사과를 순싯간에 당신의 손으로 이동시키시곤 하시곤 하였습니다.

 

수녀님은 대구에 있었던 00 대학의 도서관 지기셨습니다.

수녀원에서 출퇴근을 하셨으며 간혹 저희들의 고민들을 잘 응대해 주시곤 하였지요.

 

제가 도서관에서 무얼 쓴다고 원고지를 끄적거리고 있었을때

수녀님은

자신이 전공하셨던 미술분야를 발휘하여 

"원고지나 책장이 바람에 날리지말라"는 용도로 돌로만든 무당벌레 모습의 소품도 제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십수년간을 애지중지 잘 간직하였는데

전번 인사이동때 전번 사무실 서랍에다 두고 나왔는지 무당벌레 소품이 보이지 않습니다.

 

무당벌레 소품을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면 할수록 열이 바칩니다.

"주어오는 한이 있어도 잃어버리지는 말자"라는 것이 

제 삶의 표어인데도

제가 너무 소중한 것을 잃어 버렸으니까요.

 

수녀님 덕분에 저는 수녀님이 소속되신 수녀원에서 하룻밤 묵는 영광도 누렸습니다.

그러나

모든 분들의 기대를 뒤로하고

지금 이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대구가 떠오를때마다

수녀님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수녀님도

아마도 저를 잊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름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 하시겠지만 

얼굴을 비춰드리게 된다면  "아 이놈이 그 놈아니여 ~~" 하실 것이 틀림없을 겁니다.

 

용기를 내어 수녀원에 들려보고싶지만  왜 이리 제 용기의 분출이 더딘지 모르겠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수녀님도 더 많이 깊어지셨으리라 믿습니다.

올 가을엔 수녀원에 가 볼수 있는 기회가 오길 기대해 보며

수녀님의 이름을 불로 봅니다.

0000 수녀니임~~~~~~@@

 

 

작품명 : 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