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이제염오(離諸染汚)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는 뜻
열악한 환경, 진흙 속에서 자리하고 있지만
그 진흙 때문에 더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흙으로 인해 더 아름답고 깨끗하고 고고하게 꽃피운다.

때로 우리가 바르고 기쁘고 선하게 살지 못하면서
환경 탓을 하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둘째, 불여악구(不與惡俱)

연꽃 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는다는 뜻

물이 연잎에 닿으면 그대로 굴러 떨어진다.
연 잎 위에 물방울이 지나가지만 그 흔적도 전혀 남지 않는다.
살다 보면 때로 우리에게 원하지 않는 악재들이
마치 비 오듯 쏟아질 때가 있다.

그것이 오래 우리에게 머물지 않고 흘러가도록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연잎처럼 아래로 향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셋째, 계향충만(戒香充滿)

연꽃이 피면 물 속의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는 뜻

마치 한 자락 촛불이 방의 어둠을 가시게 하듯
매일 뉴스에서 듣는 온갖 사회악으로 금방 망해버릴 것 같은
이 세상을 연꽃 같은 향기로 채운다.

   넷째, 본체청정(本體淸淨)

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한다는 뜻

연못의 바닥에 더러운 오물이 즐비해도
그 오물에 뿌리를 내린 연꽃의 줄기와 잎은
그 푸르고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는다. 

주변의 어떤 악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늘 맑고 푸른 눈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대나무 숲의 바람소리처럼...
우리의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섯째, 면상희이(面相喜怡)

연꽃의 모양은 둥글고 원만하여 그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즐거워진다는 뜻

우리 주변에도 그냥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사람이 있고. 
우리가 늘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를 지니고 있며,
부드럽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여섯째, 유연불삽(柔軟不澁)

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기 때문에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다는 뜻

진짜 강함은 딱딱함이 아니라 유연함에 있다.
휠 줄 알기 때문에 바람에 부러지지 않는 것이
세상을 사는 지혜이고 슬기일 때가 있다. 

너무 곧으면 부러지기 마련이다.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일곱째, 견자개길(見者皆吉)

연꽃을 꿈에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

그 사람을 만나는 날은 괜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 누군가가 우리에게
"오늘 너를 만나게 되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라고 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복된 사람일까?

   여덟째, 개부구족(開敷具足)

연꽃은 피면 필히 열매를 맺는다는 뜻

연이 열매뿐만 아니라 뿌리, 잎 등이 모두 쓸모 있고
다양하게 쓰이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연꽃의 열매가 널리 쓰이듯이 사람도 마찬가지고.

   아홉째, 성숙청정(成熟淸淨)

연꽃은 활짝 봉오리를 다 열었을 때
그 맑고 깨끗함이 더 잘 드러난다는 뜻

연꽃처럼 활짝 핀 듯한 우아하면서도 고고한 인품이 느껴지는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도 우리의 마음이 맑아지고 깨끗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열 번째, 생기유상(生已有想)

연꽃은 날 때부터 그 기품이 남다르다는 뜻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연도 넓은 잎에 긴 대를 지니고 있다.
굳이 꽃이 피어야 연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

연꽃이 이렇게 예쁘고...
개성도 다 다르게...
오묘한 뜻을 품고 있는지 몰랐다.

-  류해욱 신부님의 [연꽃같은 사람] 을 읽고서 -